노조, 고용부에 '노조 파괴' 부당노동행위 고소
원청은 LG 자회사, 하청업체는 구광모 고모 회사
재계 "인화 중시하는 LG에서 생기기 힘든 일"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대비한 듯"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노조와해 부당노동행위 LG측 고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공공운수노조.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LG그룹이 청소노동자 80명을 포용하지 못해 연초부터 소송전에 말려들었다.

LG가 상식적으로 선뜻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자초하고 방치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LG그룹 심장인 여의도 트윈타워 청소를 맡아왔다.

'인화'를 강조하는 LG가 그런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몬 모양새가 됐다.

더구나 이들을 고용한 회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들 소유 개인회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6일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상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소했다.

에스앤아이는 청소용역 원청사고 지수아이앤씨는 노조원들 소속 하청업체다.

LG트윈타워도 에스앤아이가 관리한다. 에스앤아이는 지수아이앤씨에 10년 가량 이 빌딩 청소를 맡겨왔는데,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계약을 종료했다.

'입주사들로부터 미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 계약종료 이유다.

자연스레 지주아이앤씨 청소노동자 80명에게도 계약 종료 통보가 날아갔다.

노조는 일련의 조치가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원 30여명은 지난달 16일부터 집단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트윈타워에서 농성 중이다.

노조 측은 “사업장에 신규 용역업체가 들어오면 기존인원을 고용하는 것이 청소용역업의 표준 절차다. 이번처럼 신규 채용하는 것 자체가 업계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지수아이앤씨가 사직서에 서명하면 몇백만원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고도 했다.

노조는 "LG측의 속내가 노조 파괴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트윈타워 청소에는 이미 다른 용업업체 노동자 90여명이 투입됐다.

에스앤아이가 새로 계약한 백상기업 소속이다.

에스앤아이는 이제는 이들 90여명 노동자들을 핑계로 기존 노동자들의 해고무효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지수아이앤씨가 나름대로 구제책도 내놓았지만 노조가 거부했다고도 했다.

에스엔아이 관계자는 “지수아이앤씨가 만 65세 이하 조합원 25명의 고용을 유지해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하고, 만 65세 이상 조합원 7명에게는 추가 위로금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이 거부했다”고 했다.

노조는 회사 측의 제안을 수용하면 트윈타워 근무자들이 분리돼 사측이 의도했던 대로 노조가 와해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의아한 건 에스앤아이가 갑자기 지수아이앤씨와의 용역계약을 해제한 이유다.

에스앤아이는 LG그룹 지주사인 (주)LG의 100% 자회사다. 2002년 1월 LG유통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건설, FM(시설관리), 레저 등이 사업분야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4382억원, 영업이익 39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지수아이앤씨는 에스앤아이로 부터 청소업무를 하청받은 소규모 회사지만 실질적으로는 범 LG 기업이다.

이 회사 주인은 구훤미, 구미정씨 두사람이다.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고 구본무 회장의 누이들이다. 구광모 회장에게는 고모가 되는 셈이다.

LG트윈타워 청소용역은 LG→에스앤아이→지수아이앤씨 구조로 진행됐고 정점에는 오너 일가가 있었다.

재계에선 구광모 회장이 고모들 회사와 용역계약을 끊은 것도, 그 여파로 뻔히 예견된 노동자들 해고와 분규 발생을 방치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개정으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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