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KCGI "상법과 자본시장 원칙에 부정적 영향"반발 지속
조원태 VS 조현아연합, 경영권 분쟁 지속...주총 등 변수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임경호 기자] 한진칼 '조현아 3자 주주연합' 일원인 KCGI(강성부펀드)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KCGI가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 등 8개사를 내세워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발행은 상법과 한진칼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회사가 자본시장 여건에 따라 필요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하고 이로써 경영효율성 및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봐 제3자 배정방식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 신주발행이 단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곧바로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KCGI 측은 법원 판결이 원칙에 어긋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KCGI는 "관계당국과 사법부의 고심은 이해하나, 이번 결정이 시장경제원리 및 상법과 자본시장의 원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며 "그동안 천명해온 항공업 재편의 공론화,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및 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KCGI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상법과 자본시장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한진그룹은 법원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3자연합도 책임있는 주주로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국책은행의 추가 지원 없이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하고 처분권을 위임하는 등 경영권 방어 목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 산은-한진칼 '빅딜' 예정대로

이번 판결로 인해 산은은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신주 인수를 통해 5000억 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산은은 지난달 16일 한진칼과 체결한 투자합의에 따라 2일 한진칼에 신주 인수대금 5000억 원을 납입할 예정이다.

3일 한진칼이 교환사채 3000억 원을 발행하면 이것도 산은이 전부 인수한다. 산은은 향후 이 교환사채를 대한항공 보통주 1234만주와 맞바꿀 수 있다. 교환 청구기간은 내년 1월3일~2025년 11월23일이다.

한진칼은 같은 날 산은에서 받은 8000억 원을 대한항공에 대여금으로 빌려준다.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제공한 금액을 통해 29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전환사채 3000억 원을 인수 예정이다. 이때 부터 아시아나항공은 사실상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컨트롤을 받게 된다.

내년 3월4일 대한항공은 신주 1억7361주, 2조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증자된 주식은 일단 기존 주주에게 배정되고 실권주는 일반인을 상대로 공모를 실시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신주 5082만주를 7317억 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대한항공이 내년 6월30일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하면 이번 딜은 마무리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9%를 보유하게 된다.

◆ 끝나지 않은 경영권 다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자료사진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인해 조현아 3자 연합 측은 지분율 다툼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KCGI를 포함한 3자 연합은 현재 한진칼 지분율 46.71%를 확보해 조 회장 측(41.4%)에 앞서고 있다. 하지만 산은이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인해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하게 되면 전세가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한진칼 3자 배정 유상증자가 마무리 되면 3자 연합 지분율은 40% 안팎으로 떨어진다. 이때 산은이 조 회장 측에 서게 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약 48%까지 상승한다.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조현아 연합 측은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11월 12일 메리츠증권에 한진칼 주식 550만 주를 담보로 1300억 원을 빌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하나금융투자와 SK증권 등에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조 회장도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은행 등에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1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향후 주주총회 소집과 한진칼 이사진 교체 등을 통해 다시한번 반전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지난달 20일 정관병경과 신규이사 선임 등을 안건으로 한진칼에 임시주총 소집을 신청했다.

한진칼은 이와 관련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진칼이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거부하면 KCGI는 해당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소를 제기해도 법원 결정이 올해 안에 결론아 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산은이 인수한 한진칼 신주는 12월 22일 상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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