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들에 총수 자리 넘기고 명예회장 추대
품질경영·현장경영·글로벌경영 키워드로 현대차 세계 5위로
현대제철-모비스-글로비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완성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자동차산업 불모지에서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완성차 5위로 키워낸 정몽구(82) 현대차그룹 회장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정 회장이 1999년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지 21년,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 이후 현대차그룹이 홀로서기를 시작한지 20년 만이다.

14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고 밝혔다.

총수자리를 넘겨준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번 그룹 총수 교체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근 회장직 사임의사를 밝히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 엄중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혁신 주도를 당부했다"며 "정몽구 명예회장은 그간 정의선 회장 체제를 통한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고 전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38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과를 졸업했다.

1970년 2월 현대차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19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설립하면서 독자경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7년에는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을 세워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석권했다.

1998년 현대차 회장에 이어 1999년 3월 이사회 의장에까지 오르며 작은 아버지인 '포니 정'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을 대신해 현대차의 총수자리에 올랐다.

2000년에는 동생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그룹 ‘적통’ 자리를 두고 왕자의 난을 벌인 끝에 현대차 계열 회사만 들고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이 홀로서기를 시작할 당시 현대차의 자산은 31조723억원으로 재계 5위였다.

20년이 지난 현재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에 이은 재계 2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몽구 명예회장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품질경영, 현장경영, 글로벌경영이다.

정 명예회장은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며 자동차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마다 해외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과 판매,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고객 지향의 품질 주의를 확고히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70대 나이에도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을 찾아다니며 탁상경영보다는 현장경영을 강조했다.

2016년에는 석 달 간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장거리 해외 출장을 소화하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 명예회장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육성했으며 글로벌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갖춰 2010년에는 포드를 제치고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톱 5업체로 성장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도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5위를 유지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들어 고급차 영역에 도전했고 현대제철부터, 현대모비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등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낸 것도 그의 성과다.

그룹 연구개발(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기술 확보에도 뛰어들었다.

정 명예회장은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 처음 헌액됐다.

그의 인생에 오점도 있었다. 

1978년 한국도시개발공사(현 현대산업개발) 사장 시절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며, 2006년에는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공식 석상은 2016년 12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것이다.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뒤 3개월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현재 병세는 다소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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