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서정가제 100만 국민청원 시리즈2

-현행 도서정가제의 문제를 논의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과  2014년 개정 당시 구간에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한 것이 이후 논쟁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을 정면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

-재정가와 재판매가격유지제도(도서정가제)는 취지와 행위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대체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 재판매가격유지제도(도서정가제)는 구간에 적용해서는 안된다

현행 재판매가격유지제도(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독일이나 프랑스의 예를 들기를 좋아한다. 시장과 환경의 차이를 차치한다면 주장할 만한 당위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서정가제에서 핵심적인 요소 한가지 빠뜨리고 닮기를 주장하고 있다. 제도의 정당성의 근거로 독일과 프랑스를 대면서 그 나라 제도 자체가 가진 본질을 제외하고 일부만 수용한 기형적인 모습이다. 

도서정가제를 하는 15개국 중에서 어떤 나라도 구간도서에 까지 정가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원래 정가제라는 것이 경쟁을 제한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 관련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계약의 자유 침해 등 위헌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적용범위를 최대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입법으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도서관이나 교육용에 적용하지 않거나 할인율을 다른 곳 보다 높이는 방식을 선택하고, 시간적으로는 출간된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구간행물에는 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해서 위헌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을 호구로 만들었다고 비난받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소위 단통법) 조차도 출시 15개월이 경과한 단말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는 국회 입법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를 구간까지 확대적용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개정 도서정가제의 취지와 효과를 적시하면서 개정의 정당성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문화다양성과 헌법가치인 경제민주화’를 명시하였다. 물론 실질적으로 개정안의 특정규정이 어떻게 연결이 되어 그 취지를 충족하는 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 말인즉슨 그렇다는 것이다.

■재정가 제도가 구간할인을 대체할 수 있는가?

구간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한 결과를 보자. 모든 출판사들이 한해 출간된 책의 20~30%를 폐기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문체부 주최로 열린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는 지난 5년간 1만3133건이 재정가되었다는 자료는 있어도 수십배에 달하는  폐기된 도서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 2019년 신간발행 총수가 6만 3476종, 한달 평균 5000권이 넘게 출판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현행 도서정가제 상의 재정가제도는 이미 제도로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이번 토론회에서도 재정가 시기를 12개월로 단축한다는 것이 20만 국민청원에 부응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선이라고 발표된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문체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위험하기가 그지없다.

재판매가격유지제도(도서정가제)는 제도 본질상 저작권자와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종 판매자(서점)의 판매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는 제도인 반면, 재정가 제도는 출판사(혹은 저작자)가 자신의 가격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하는 제도이다. 기능이 유사할 뿐, 제도의 본질은 전혀 다른 제도이다. 즉 저작권자이든 출판사든 생산자가 자기 물건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완전히 자유다. 이를 제한하기 위하여 재정가제도를 도입할 이유는 없다. 현재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재정가 규정은 원래가 자유로운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권리를 오히려 제한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저작권자를 포함한 생산자는 자신의 물건에 대한 가격표시에 대해서 재량권을 온전히 보장 받는다. 이러한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바로 진흥법상 재정가 규정이다. 

진흥법상 재정가 규정에서 재정가 기간을 현행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있는가.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완반모)은 20만 국민청원에서 진흥법상 재정가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했다. 정가제의 취지인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권리를 오히려 제한하는 재정가 제도는 위헌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대문이다. 
재정가는 오로지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재량으로 남겨두라. 재정가를 소위 도서정가제의 대체물인양 20만 국민청원자들과 책을 사랑하는 모든 생태계 사람들을 기만하지 말라.

■ 바보야, 문제는 도서정가제의 구간 적용이야

출판사들이 출간 책의 20~30%를 폐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구간행물에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출간한지 일정 기간이 경과한 구간도서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구간행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의 폐지를 가져 온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의 개정을 거론하지 않는다. 

토론회 발표자료를 보면 현행 도서정가제의 주요한 성과로 신간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된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20~30% 이르는 책의 폐기가 있고, 무려 44%에 달하는 가계도서지출 감소 등 생태계의 위축이 발표의 이면에 숨겨져 있다. 신간 판매의 증가가 아니라 구간 도서 판매의 감소가 비율에 의한 착시를 가져 온 것이다. 신간 1종 당 출판 수량의 감소와 구간 판매가 줄어 든 것이 통계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에 불과하다. 이를 주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했었던 20만 국민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개정당시 취지로 신진 작가의 출판을 활성화해서 창작의 다양성을 가져 올 것이며, 신진 작가의 활발한 등단으로 창작의 다양성이 보장되면 문화다양성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물며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어떤 단체는 1981년 최초로 도서정제를 시행한 프랑스가 노벨상 수상자를 16명 최다 배출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아쉽게도 노벨상 수상자 16명 중 단 2명이 도서정가제 시행 후에 노벨상을 수상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현행 도서정가제로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거론하였지만 실제 결과는 신인작가 등단의 급격한 감소, 중소출판사 경영 상황 악화, 지역서점 등 중소서점의 감소세 지속이다. 이러한 현행 도서정가제이 결과를 직시해야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청원 20만명의 주장을 엄중히 받아 들여야 한다. 도서정가제 폐지하고 웹툰, 웹소설 등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멈추라는 것이 국민청원에 참여한 20만명 도서 소비자인 주인이 정부에 내린 명령이라는 것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에서는 8월 1일부터 2020 도서정가제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국민청원에 이어 많이 참여해 주십시요.

글쓴이: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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