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염지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와 삼성물산 합병 수사 등을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추상적인 말로 일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6일 읽은 사과문에서 삼성 4세 승계를 포기하고 노동 3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며 ‘새로운 삼성’에 대한 꿈을 얘기했다.

불법으로 얼룩진 과거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등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삼성전자에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모으는 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고, 자신이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삼성전자 최고경영자로 남아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삼성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취지다.

국정농단 뇌물사건 재판부와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등 수사 검찰에 거의 노골적으로 압박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부친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쇄신안을 발표,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이 부회장은 '퇴진'의 ㅌ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사과가 이 부회장의 양형 감량을 위한 고법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이뤄진 ‘짜고 치는’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알맹이 없는 사과까지 더해지며 사뭇 기대했던 감동은 찾아 볼수 없다.

이 부회장은 미리 준비한 사과문만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나마 이런 사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너무 끌었다.

대국민 사과를 통해 법적 불리함을 피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고 싶었겠지만, 잘못에 대한 고백과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는 그의 말처럼 법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범법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어야 마땅하다.

국정농단 뇌물과 노조와해, 회계사기, 삼성물산 합병 등으로 이미 수사를 받거나 재판대에 오른 수십명의 삼성 임직원 들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삼성물산엔 합병을 주도한 최치훈, 이영호 등 대표이사급 인사들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수 많은 범법자들 문제를 처리하지 않은 채 '새로운 삼성, 준법의 삼성'이 가능할 수는 없다.

자녀들에게 불법적인 승계를 하지 않고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을 무슨 대단한 선언처럼 포장하면서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발상이다.

자신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고 가겠다고 했으면 그의 품격에 연민과 지지를 보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