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지금의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제조업 혁신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함께 비상한 지원?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의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제조업 혁신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함께 비상한 지원?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자료사진=청와대

 

[포쓰저널=염지은 기자] 반도체 강국이라던 한국에서 불화수소(불산) 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해 일본에 의존하는 민낯이 드러난 것은 우리 국민에겐 일단 충격이었다.

불산을 취급하는 업체는 국내도 꽤 있다. 솔브레인, 이앤에프테크놀로지 등 상장 중견기업도 있고, 그외 다수 중소기업이 불산을 수입하거나 처리하는 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구조를 방치했다가, 이렇게 뒷통수를 자초했을까?

답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서 나왔다. 지난 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불화수소 생산이 가능한데 대기업에서 안 써줘서 그동안 못 만들었다고 했다"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적에 최 회장은 "만들 수는 있지만 품질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산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 일본산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 회장의 답은 틀렸다. 이미 6년전에 일본제품에 버금가는 초고순도 불산 제조 기술 특허를 받은 국내 중소기업이 있었다. 

씨앤비산업(대표 김종구)은 2011년 7월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해당기술은 초음파 진동기를 활용, 특정 실험에서 불화수소 속 불순물 비중을 최소 10억분의 1 이상, 최대 100억분의 1까지 낮췄다. 반도체 공정에 쓸 수 있는 순도 99.999999999% 이상의 불화수소를 추출해 냈다.

100억분의 1, 10000억분의 1정도 순도가 반도체 공정에 쓸수 있는 초고순도 불산이 되는데 이미 8년 전에 이같은 국산 기술이 있었던 것이다. 특허청은 2013년 1월 이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이 드는 설비투자 비용을 감내하지 못하고, 6개월~1년 정도 걸리는 반도체 공정 적합 여부 시험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며 사장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의 입장에선 손쉽게 일본산 불화수소를 사오면 되는데 굳이 설비투자를 하고 시험기간까지 인내하며 국산 중기 제품으로 바꿀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 국산화율이 저조한 핵심 장비·재료 분야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동반 발전을 확대해 자립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상마찰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예상돼 왔다.

특정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이 꾸려져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돼 온 얘기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한 반도체 소재·장비의 국산화를 위한 중소기업과의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보다 손쉽게 수입에 의존해 돈을 버는 전략을 택해 왔다.

중소기업들은 어렵사리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들에 독점 공급을 강요받으며 자연스럽게 종속관계가 형성된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납품을 하며 네트워크 파워를 키워야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에 종속되며 기술 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 관행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생태계가 형성될 리 없다.

최태원 회장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반도체 소재 산업을 키우지 못한 대기업의 책임 문제를 지적한 박영선 장관에게 국산 ‘품질’ 문제를 언급하며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재벌 위주의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가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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