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도 불산, 작년 일본의 수출금지 후 대책 마련
포토레지스트, D램·낸드 용은 규제 대상서 제외
폴리이미드 쓰이는 갤럭시폴더는 아직 출시안돼

[포쓰저널=염지은 기자] 삼성이 일본의 수출규제 상황을 이용해 이재용 띄우기에 나서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판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의 검찰 수사를 앞두고 판결과 수사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을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14일 오후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통해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3개 핵심 소재의 ‘긴급 물량’을 확보하는데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해결방안 모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으로 당장 필요한 핵심 소재를 확보해 ‘급한 불’은 끄는데 성공했다”는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도 인용했다.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재계 관계자의 평도 전했다.

조선일보도 15일 이재용 부회장이 불화수소의 긴급 물량 확보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규제 방침이 나온 이후 삼성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시장에 남아있는 불화수소를 일정량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은 삼성전자 관계자 말을 인용해 추가물량을 확보했다는 연합뉴스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현안을 살피고 비상시국에 대비하도록 지시한 것은 맞지만 일본 출장서 신규 계약을 따냈거나 추가 물량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7일부터 12일까지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다음날인 13일 오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일본의 수입 규제에 대해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관련 업계에서는 여러 정황상 이 부회장이 불화수소 등 긴급물량을 확보해 '급한 불을 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본의 1차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소재 3개는 ▲불소 함량이 10% 이상인 폴리이미드 ▲EUV용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불산) 등이다.

포토레시스트의 경우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은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던 7나노 극자외선 공정에 들어가는 EUV(극자외선) 공정용이다.

D램 생산용인 ArF(불화아르곤), 3D 낸드 생산용 KrF(불화크립톤)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정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당장의 D램과 낸드 플래시 반도체 생산은 타격이 없는 것이다.

폴리이미드의 경우 수출 규제 강화 대상은 불소 함량이 10% 이상인 투명 폴리이미드(CPI) 및 감광성 폴리이미드(PSPI)만 포함됐다.

투명 폴리이미드가 쓰이는 곳은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이다. 삼성전자가 출시예정인 갤럭시 폴더에 적용된다. 갤럭시 폴더는 아직 출시일이 확정되지 않아 생산량의 수급을 맞추는 것이 당장 급하지 않다.

불산의 경우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산(에칭가스)은 D램, 3D 낸드 플래시 반도체 공정에 사용돼 당장 수급이 급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본의 수출 일시 중단 이후 대책을 모색해 왔다. 

국내에서도 솔브레인, 이앤에프테크놀로지가 고순도 불산을 공급 중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러시아도 우리 정부에 고순도 불산을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한 상태다.

3개월간은 버틸 수 있는 재고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무슨 급한 불을 껐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문제는 일본이 독과점하고 있는 EUV용 포토레지스트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돼 삼성의 '2030 파운드리 1등 전략'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일본 출장길에서 얻은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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