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27일 OPEC 회의 앞두고 비회원국과도 접촉중

▲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기구(OPEC) 사무국 본부건물./사진출처=OPEC 홈페이지

매년 연말에 열리는 석유수출기구(OPEC) 정례회의는 전통적으로 만장일치제로 운영된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다음 연도 원유 총 생산량과 각국 쿼터 등을 결정한다.

먼저 12개 회원국 대표들은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 건물의 회의실에 모여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한다. 그리곤 석유장관들만 옆 회의실로 이동해  다시 핵심사안인 생산량 문제를 논의한다. 여기서는 전체가 만장일치로 합의를 봐야만 회의가 끝난다.

현재 OPEC의 1일 원유 생산한도는 총 3000만배럴이다. 2011년 12월 정례회의에서 결정한 후 2년동안 이 양을 유지해왔다.

오는 27일 열리는 올해 정례회의에서 상당수 OPEC 회원국들은 이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24일 외신들이 전했다.

OPEC 회원국들의 장관급 고위관료들은 현재 회원국 뿐아니라 러시아를 비롯한 비 OPEC 산유국들과도 활발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OPEC 맹주격인 사우디아리비아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남미로 날아갔고, 외교장관은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라크와 리비아 고위관료들은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방문했다. 라파엘 라미레즈 베네주엘라 외교장관은 6개 산유국 석유장관들과 면담했다.

비쟌 장가네흐 이란 석유장관은 빈에서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장가네흐 장관은 사우디측에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배럴 감축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이란 국영 방송 메흐르뉴스가 보도했다.

장가네흐 장관은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과도 곧 접촉할 계획이다.

해리 친린귀리안 BNP파리바 상품투자전략팀장은 “OPEC가 석유감산을 위해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에 도움을 청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OPEC가 12개 회원국들만의 결의로 원유 감산에 성공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알 아티야 전 카타르 석유장관은 “공급과잉 여파로 국제유가는 6월 19일 이후 지금까지 30%나 하락했다. 이 탓에 OPEC 회원국들은 분열됐고 원유시장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조정하려면 비 회원국가들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이어 “OPEC는 이제 홀로 시장을 조절할 수 없다. 러시아와 노르웨이, 멕시코를 협상 테이블로 데리고 와야 한다. OPEC가 감산을 감행해 봐야 비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늘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이 5년래 최저 증가율을 보이며 하루 평균 924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에도 세계 경기가 회복될 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원유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 셰일 혁명은 국제원유시장에서 OPEC의 아성을 흔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호주 퀸즈랜드에 있는 오일 셰일 생산시설.(사진=IEA)

OPEC에 더 심각한 문제는 셰일 혁명이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은 셰일가스 덕분에 에너지 자립국으로 거듭나게 됐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내년 미국의 셰일가스와 원유 생산은 12% 증가해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가 하루 생산량을 지금의 3000만배럴로 결정한 2011년 12월 회의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108달러 수준이었다.

국제유가는 지난 6월부터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브렌트유의 경우 현재 배럴 당 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이란과 베네주엘라는 이 때문에 국가 재정이 펑크날 지경까지 이르렀다. 미국의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도 6월20일 이후 30% 가량 하락했다.

알 아티야 전 장관은 “예전에 OPEC 회의는 전혀 힘들 일이 없었다. 그저 생산량만 내키는 대로 결정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OPEC 회원국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생산량은 유지하면서도 가격 폭락을 막을 수 있는 묘수를 찾느라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기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원유생산은 하루 200만 배럴 정도 공급과잉 상태”라며 “특히 OPEC의 주요 고객이었던 미국이 더 이상 원유를 수입할 이유가 없어졌다. 미국은 지금은 되레 원유수출국이 되려고 안달이고, 이미 콘덴세이트(원유 응축물)를 수출 중이다”고 지적했다.

IEA에 따르면 올 1~10월 비 OPEC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은 매일 거의 200만배럴씩 늘어났으며,이들의 1일 생산량은 10월말 기준 5710만배럴에 이른다.

OPEC가 감산을 하더라도 최소한 하루 200만배럴 이상 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기에는 구조적으로 역부족인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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