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이 1심 선고 후 재판장을 나오고 있다./사진=오경선 기자.
이중근 부영 회장이 1심 선고 후 재판장을 나오고 있다./사진=오경선 기자.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4000억원대 회삿돈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7)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 회장 의혹의 핵심인 임대주택 사업 비리 혐의를 무죄로 판단, 양형을 검찰 구형량의 절반 이하로 낮춰 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 구속도 하지 않는 등 봐주기 판결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3일 이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은 징역 12년에 벌금 73억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저해하고 회사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경제적 위험을 초래했다"며 "임대주택 거주자 등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횡령액 365억7천만원, 배임액 156억원 등 521억원 상당만 이 회장의 유죄로 제시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이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총액은 4300억원대였다. 혐의도 횡령·배임을 비롯해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에 달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회장 비리 의혹의 핵심인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 조작 혐의를 무죄로 봤다. 이 회장이 임대 아파트 분양가 뻥튀기로 회삿돈 270억원을 빼돌렸다는 검찰 시각과 배치된다.

검찰은 부영 계열사들이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가를 부풀려 임대아파트를 분양하고 막대한 부당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명이 부족하다"며 배척했다. 건축비를 산정할 근거자료가 명확하지 않아 죄가 되는지 따지기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1심은 이 회장이 2004년 계열사 자금으로 차명주식 240만주를 취득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던 중 회사에 피해를 변제한 것처럼 재판부를 속여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해당 주식(시가 1450억원 상당)을 본인 명의로 전환, 일부를 증여세 납부에 써 계열사에 5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에 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하면서도 ”피해 회사들이 사실상 피고인의 1인 회사이거나 가족 회사라서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났다고 볼 사정은 없고 1985년부터 임대주택을 건설해 서민 주거 생활 안정에 기여한 점 등이 유리한 요소로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이 매제인 이남형 전 부영그룹 사장이 내야 할 형사 사건 벌금 100억원과 종합소득세 등 19억7천만원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것과 개인 서적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 246억 8천만원을 임의로 인출해 횡령한 혐의 등은 인정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상당 공소사실이 무죄가 나온 것에 비춰보면 방어권행사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에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선고 결과에 대해 "서민에게 큰 피해를 준 중대한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책임에 맞지 않는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나아가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구속수감하지 않았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부영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법리적인 부분에 대해 변호인단과 상의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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