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0년간 3조원 빼가고 신입사원도 뽑지않아"
소비자금융 직원 2500명 실직 위기
대규모 뱅크론 우려도..은행 측 "그런 조짐없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중구 무교동 시티은행 본사 앞에서 이 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오슬기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을 접고 기업금융에 주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먹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은행 직원들은 미국 시티그룹이 그동안 3조원 가까운 배당금 등을 한국에서 챙겨가면서 신입사원도 뽑지 않는 등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다 결국 대량 실업사태를 촉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한국씨티은행의 모그룹인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데 대한 입장문을 밝히고 씨티그룹을 규탄했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뉴욕 본사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은 일치단결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한국씨티은행 경영진들이 소매금융을 접는다는 내용의 발표 내용을 수일 전 이미 인지했음에도 당일까지 거짓 연기를 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임단협(임금 및 단체 협약)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며 책임자들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씨티은행 노사는 2020년도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19일로 예정된 최종 교섭 결렬 시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노조는 한 달 후 총파업을 비롯한 합법적인 쟁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씨티그룹은 최근 10년간(2011∼2020년)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약 2조9000억원을 배당 및 용역비 형태로 가져간 반면 10년간 신입공채 직원을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한국씨티은행에는 약 3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그 중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이 약 2500명(영업점 소속 약 940명 포함)"이라며 "소비자금융에 대한 매각 또는 철수 등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고객에 대한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으로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는 "예치한 자산을 걱정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지점마다 수백억원의 뱅크런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금융에 더 집중하겠다고는 하지만 작금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기업금융 고객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수십 년간 거래한 로열티 높은 고객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노조는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고객 피해 사례에 대한 외국자본의 작태를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했다.

노조의 '뱅크런' 지적에 대해 한국씨티은행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특별한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본점에서 규탄 시위에 들어갔다. 19일에는 노조 긴급 전원운영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투쟁기금 편성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말부터는 국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을 상대로 저지투쟁에도 나설 계획이다.

앞서 미국 씨티그룹은 15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행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 및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소매금융 철수 등 사업 재편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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