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수차례 약속한 사항 파기..노동자 기만"
"윤 행장 의지 부족이 문제..출근저지 투쟁 불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기업은행 노조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IBK기업은행의 노동조합 추천이사제가 결국 무산되면서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와 사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초 취임 당시 처럼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지부가 12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2020년 윤종원 행장 취임 당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금융위가 금융노조에 약속한 사항”이라며 “금융위가 4·7 재보궐선거 다음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무산을 발표한 것은 금융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윤 행장은 지난해 초 취임 직후 노조가 '낙하산' 등의 이유로 출근저지투쟁을 벌이자 노조추천이사제 수용 등을 노조에 합의해 준 바 있다.

이후 윤 행장은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금융위에 제청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행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의 사외이사 선임은 은행장이 사외이사 후보를 금융위에 추천하고 금융위가 임면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윤 행장은 2월 정기 주주총회와 사외이사 선임을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직원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며 “노조가 추천하는 인물을 사외이사 후보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복수의 인물을 추천했고,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에 제청한 후보 4명 중 1명을 노조가 추천한 인사로 채웠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8일 공석이었던 기업은행 사외이사 두 자리에 모두 사측 인물을 선임하면서 노조추천이사제는 무산됐다.

노조 측은 결국 윤 행장의 관철 의지 부족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이렇게 수차례 약속한 사항도 지켜지지 않는데, 또다른 현안 해결을 위한 협약들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외이사 선임 소식도 전무이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며 “향후 한국노총 등과 함께 논의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지부(노조) 차원에서는 제2차 출근저지 투쟁 등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위가 기업은행의 차기 사외이사 선임 발표를 4·7 재·보궐선거 다음날에 한 점에 대해서도 “차일피일 공개를 미루다 금융노조가 더불어민주당의 재·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 지원을 마친 다음 날 발표한 것은 비열한 처사”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금융노동자의 민심이 민주당에 싸늘하게 돌아설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금융노동자를 배려하기는커녕 금융소비자보호법 졸속 시행, 전자금융거래법 일방적 개정, 실효성 없는 사모펀드 규제 등으로 오히려 괴롭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더 큰 패배를 할 것인지, 아니면 금융노동자와 함께 다시 강팀이 될 것인지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노조 추천 인사를 포함해 후보 4인을 금융위에 제청했다"며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금융위에서 발표한 사안으로,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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