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종의견서 "SK, 영업비밀 없었으면 10년간 제조 불가"
SK이노 "조사도 않고 엉터리 판결...2011년 이미 수출계약"
LG에너지 "판결에 맞는 배상금액 제시하면 대화 문 열려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배터리 소송' 을 둘러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갈등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의견서 공개를 계기로 또 다시 격화되고 있다.

ITC는 4일(현지시간) 공개한 최종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이 22가지라며 이들 노하우가 없었다면 SK의 제품 개발에 10년은 걸렸을 것이라며 LG측 손을 들어준 이유를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발끈했다. ITC가 조사 및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LG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거부권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ITC의 '영업비밀 침해소송' 판결 이후 양측은 합의타결을 위한 물밑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의견서 공개로 또다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ITC는 의견에서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 인멸한 증거 목록과 LG에너지솔루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영업비밀 목록을 대조한 결과 총 11개 카테고리 내 22개의 영업비밀이 침해됐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영업비밀 카테고리 목록은 ▲전체공정▲BOM(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선분산 슬러리 ▲음극·양극 믹싱 및 레시피 ▲ 더블 레이어 코팅 ▲배터리 파우치 실링 ▲지그포메이션(셀 활성화 관련 자료) ▲ 양극 포일 ▲전해질 ▲SOC 추정 ▲드림 코스트(특정 자동차 플랫폼 관련 가격 영업비밀) 등이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남아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 사실을 개연성있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입증한 수준은 미국법원이 요구한 수준을 뛰어넘었다고도 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저지른 증거인멸은 고위층의 지시하에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2018년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 배터리 수주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측으로부터 훔친 영업비밀을 토대로 최저가 입찰을 한 사실도 있다고 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일부 리튬배터리 수입금지 처분'을 내린 이유는 해당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10년간 제품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드 4년, 폭스바겐 2년이라는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부여한 이유는 이들 업체들이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대체할 시간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ITC설명대로라면 SK이노베이션은 '기술 절도 기업'이자 자체 기술력이 전혀 없는 '모방 배터리 제조업체'에 불과한 셈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이런 입장이 공식화될 경우 SK는 단순히 미국 수출 제한을 넘어 배터리 사업의 계속 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5일 자료를 통해 ITC가 최종의견서를 통해서도 여전히 본질적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고, LG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낸 입장문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개발 및 제조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없고, 40여년 독자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사의 독자적인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한 실체적 검증없이 소송 절차적인 흠결을 근거로 패소를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이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ITC가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침해당한 영업비밀이 무엇인지,어떻게 침해되었다는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의견서 어디에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적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ITC의 결정은 수입금지 명령 등이 공익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의 가동 차질 등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그러면서 "ITC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ITC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배상판결에 맞는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한다면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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