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업&다운] '관리의 삼성' 깨진 삼성생명...전영묵 '수성' 미스터리

암 보험금, 즉시연금 미지급으로 고객들과 잇단 소송전
보험권 유일 부실 사모펀드 판매로 환매 연기 불명예까지
보험 아닌 자산운용 치중 전영묵 연임 성공에 업계 '갸우뚱'

김지훈 승인 2020.12.13 06:00 | 최종 수정 2020.12.13 09:37 의견 7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사진=삼성생명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전영묵(56) 삼성생명 사장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켰다. 올 3월 취임한 전 사장의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일각에선 이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조기 결징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암보험, 즉시연금 등과 관련해 소비자들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전을 벌이며 원성을 사고 있는데다, 보험권에선 유일하게 사모펀드 환매연기 사태까지 야기하는 등 '관리의 삼성' 답지 않은 각종 불명예 사건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암보험금 미지급 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 '기관경고' 중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1년간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신사업에도 제동이 걸린다. 삼성생명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악재가 겹치면서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계열사 경영실적 평가에서 4년 만에 B등급을 받았다.

삼성은 반기마다 각 계열사 경영실적을 A·B·C 3등급으로 평가해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데, 삼성생명은 2016년 이후 줄곧 A등급을 받아왔다.

8대 생명보험사 호감도 현황/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소비자들에도 '차가운' 삼성생명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8~10월 진행한 생명보험사 호감도 조사에서 삼성생명은 호감도 -1.69%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 3월 삼성생명은 “보험업계 전반이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의 숨통을 트이게 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며 새로운 수장으로 전 사장을 선임했다.

전 사장은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자산운용 쪽 이력이 많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전 사장 취임 후 삼성생명의 실적은 개선세를 보였다.

삼성생명의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718억64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7% 늘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삼성생명 실적 개선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1~3분기 누적 순익이 2413억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56.3% 급증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같은기간 순익 1022억원으로 13.4%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부실을 촉발할 뇌관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만 해도 한개 분기 순익을 넘는다.

삼성생명이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면 4300억원 정도의 즉시연금을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앞서 금감원은 2018년 삼성생명과 한화·교보·동양·미래에셋·KB생명 등에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으나, 생보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공방으로 번졌다.

이 중 1심 결론이 나온 미래에셋생명 건의 경우 약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사가 졌다.

삼성생명 가입자들도 미래에셋생명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만큼 법원 판단도 결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이 추산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총 16만여 명, 1조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생명이 5만5000여명, 4300억원으로 분쟁 규모가 가장 크다.

암 보험금 관련 분쟁도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생명의 암보험 미지급금 규모는 519명, 600억원에 이른다.

쟁점은 요양병원 장기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은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삼성생명과 가입자 간에 거친 분쟁이 생겼다.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금감원은 말기암이나 전이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 부당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3일 암보험 미지급 등과 관련해 삼성생명 법인에 기관경고와 함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관련 임직원에 대해선 감봉 3개월과 견책 등을 의결했다.

삼성생명이 판매한 사모펀드 환매연기 사태가 지속되는 점도 부담이다.

문제가 된 건 시리즈 상품인 ‘유니버셜 인컴 빌더 펀드 링크드 파생결합증권(DLS)’다. 지난해 4~12월 삼성생명·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을 통해 약 1800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3차 펀드까지 1200억원 어치는 이미 만기일이 도래해 정상적으로 환매가 완료됐으나, 지난해 11월과 12월에 판매된 4차, 5차 펀드의 환매가 2021년 5월 14일로 미뤄졌다. 각각 6월 8일, 7월 16일이 만기일이었다.

환매가 연기가 펀드 규모는 총 614억원으로, 삼성생명(534억원) 판매분이 대부분이다.

금 관련 사모펀드 상품 ‘퍼시픽브릿지 골드인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도 422억원 규모의 환매 연기가 발생했다.

삼성생명은 분할상환을 약속했지만, 상환 계획을 결정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관계자들이 삼성생명의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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