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도 강제수용" 하남교산 3기 신도시 토지수용 '불법 논란'

천현동도서관 "공익시설은 법상 수용 대상 안돼..법적 대응 방침"
주민·中企들 "주변 너무 올라 작년 기준 보상금으론 이사도 못해"
토지수용 장기화 땐 文 정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대책 차질

김성현 승인 2020.10.08 12:57 | 최종 수정 2020.10.08 13:14 의견 299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에 위치한 국제청소년연합 천현동 도서관. 하남교산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라 시행사가 토지와 지상물을 수용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사진=김성현 기자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공급 대책 중 하나인 경기도 하남시 하남교산 3기 신도시 사업이 토지 수용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하남교산 지구 중앙에 위치한 국제청소년연합 천현동도서관은 시행사들이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토지 수용을 거부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남교산지구에서 공장을 운영중인 중소기업과 주민들도 시행사의 보상안을 따를 수 없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토지 수용에 반대하고 나섰다.

8일 현장 주민 등에 따르면 천현동도서관 측은 하남교산 3기 신도시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이 토지 수용 과정에서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토지보상법)을 어겼다며 신도시 사업중단 가처분신청 등 법적조치를 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설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가운데에 위치한 천현동도서관.

LH, GH 등이 토지보상법을 어기고 강제로 사설도서관의 토지를 수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토지보상법은 제19조 1항에서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해 필요하면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2항에서 ‘공익사업에 수용되거나 사용되고 있는 토지 등은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공익사업을 위해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LH 등이 신도시 건설이라는 공익사업을 위해 민간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할 수 있지만 해당 구역에서 이미 공익사업 용도로 쓰이고 있는 토지 등은 수용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천현동도서관 측은 10년 가까이 공익을 목적으로 도서관을 설립·운영해온 만큼 해당 법조항에 따라 강제수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도서관은 2009년 하남시로부터 도서관 인가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10여 년간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천현동도서관에 대한 일반건축물대장. 도서관은 2009년 하남시로부터 도서관 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해 현재도 도서관으로 정상 운영 중이다. /사진=김성현 기자


토지보상법 제4조는 ‘관계 법률에 따라 허가·인가 등을 받아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도서관 건립에 관한 사업’은 공익사업으로 분류하는데, 앞서 언급한 제19조를 적용하면 공공주택 사업이라도 같은 공익성을 가진 도서관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천현동도서관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천고 김재헌 대표변호사는 “공익사업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다만 토지보상법 제4조에서 도서관을 공익사업으로 보는 만큼, 천현동도서관은 같은 법이 정하는 토지 수용 예외에 속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공익사업 부지를 강제수용해야 하는 ‘특별히 필요한 경우’는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하남교산 지구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지난해 10월 15일부터 현재까지 시행사와의 협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천현동도서관측은 주장했다.

천현동도서관 관계자는 “LH와 GH, 하남시에 도서관 부지를 신도시 계획에서 제척해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서면으로 전달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변 뿐이었다”며 “별도의 협의도 없이 지난 8월부터는 보상금 산정을 위한 지상물 조사를 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말했다.

천현동도서관은 하남교산지구가 공공택지지구로 선정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택지지구 지정 심의를 진행하면서 도서관은 물론 인근 사업장, 주민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서관 측은 “정부가 부동산 사업에 눈이 멀어 이곳에서 거주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사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일이니 돈 받고 나가라는 식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천현동도서관은 시행사측의 지상물 조사, 토지조사에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이르면 다음 주 신도시 조성 사업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시행사 중 하나인 LH는 향후에도 천현동도서관과는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법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해당 도서관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일부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다른 토지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통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도서관과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상금만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시 천현동 일대에 설치된 현수막. 하남 교산지구 기업대책위원회와 하남교산 공공주택 주민대책위원회는 토지 수용 보상안을 두고 시행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김성현 기자


하남교산지구 내 일부 중소기업과 주민들도 보상안에 반대해 대책위를 구성했다.

LH는 법이 정하는 범주 내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지구 내 사업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보상금과 함께 대신 할 사업부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사업자들은 하남 교산지구 기업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선 이주, 후 철거’ 방안을 요청했다.

토지 수용과 보상절차 후 공장을 이전할 경우 사업중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우선적으로 이주할 부지와 보상금을 선지급해달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LH 등은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시행사가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보상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등 단체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거주주민 중 일부는 하남교산 공공주택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상금 현실화’를 요구했다.

대토(代土) 등을 받지 않고 현금으로만 보상을 받는 경우, 보상금은 공공택지지구 지정일 당해 연도인 지난해 공시지가와 시행사·지자체·주택소유자가 각각 지정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주민대책위는 지난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보상금으로는 급등한 하남시 부동산 매매가격으로 인해 인근 지역 이주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주민대책위 역시 시행사의 보상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하남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1월 3.3㎡당 2082만원에서 8월 2436만원으로 17% 올랐다.

전셋값도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하남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14% 상승했다.하남교산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인근 주택매매가격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남교산 3기 신도시는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 항동, 하사창동, 교산동, 상사창동, 춘궁동, 덕풍동, 창우동 일대 649만1155㎡를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LH, GH, 하남시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올해 12월까지는 토지 수용과 보상을 마치고, 내년 11월에는 하남교산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전청약을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구 내 주민들과의 마찰로 토지 수용이 늦어질 경우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은 계획대로 진행이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업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며, 거주 주민의 경우도 사업자와 같이 이주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협의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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