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 중국이 공산당 기관지를 통해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중국 측은 특히 IPEF가 한·미·일의 반도체 동맹 강화에 있다고 분석하며 한국이 미·일의 요구에 굴복할 경우 장기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GT)는 18일 '한국은 반도체를 미국의 지정학에 납치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IPEF 참여 의사를 밝히고 이어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GT는 "IPEF는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노력 중 일부로 널리 인식돼 왔지만, 정확히 이 계획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기존 정보로 판단하건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은 (IPEF의) 주요 초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GT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것을 언급하며 "지난 2년간 미국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장악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러 협력 또는 준동맹 메커니즘을 추진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이른바 반도체 협력 계획을 거부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한국이 미국의 지정학적 게임에 사로잡혀 반도체 공급망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무시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GT는 SK하이닉스의 다롄 웨이퍼 생산공장 건설 계획과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  12인치 낸드플래시 생산 등을 언급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중국과의 협력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외형적으로는 강력해 보이지만 일본의 원자재 공급과 미국의 기술 특허권 통제를 받고 있다"고 평가하며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위협이나 통제에 굴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GT는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현 상황은 미·중간 경쟁구도에서 '편들기'를 피하고 미묘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위협에 굴복한다면 반도체 공급망에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업체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공급망 개발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야만 미국과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GT의 논평이나 사설은 중국 정부 수뇌부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나타내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은 18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에서 미국을 향해 "파벌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현될 수 없다"며 "사리사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무역협정과 달리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현재까지 IPEF 참여를 공식화한 나라는 미국, 한국 외에 일본·호주·뉴질랜드·싱사포르 등 6개국이다. 미국은 태국·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도 IPEF 참여를 독려했지만 이들 국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