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예비회담 앞두고 윤석열 정부 압박성 발언
중국투자 계속의지도 밝혀..미 정부와 마찰 불가피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DS부문 사장이 미국 주도의 '칩4 동맹' 과 관련, "중국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7일 말했다.

삼성전자가 고위 간부를 통해 칩4 관련 입장을 공식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이달 중순 칩4 '예비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칩4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이미 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상태다.

경 사장의 이날 발언은 예비회담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윤석열 정부에 중국과의 사전 협의 및 절충 작업을 요구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경 사장은 이날 평택 캠퍼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칩4 관련 질문에 "저희 스탠스(입장)는 중국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여러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삼성전자도 우리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서로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조율해서 미국과 협조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시장 포기 불가와  현지 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의지도 분명히 했다.

경 사장은 “미·중 갈등이 지속하며 장기적으로 중국 공장에 새로운 설비를 반입시킬 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중국 시장을 우리가 놓치기는 어렵고 중요 고객사도 많은 만큼 미·중 갈등 속에서도 서로 윈윈하는 솔루션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경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칩4 등을 통해 중국을 첨단 반도체 생산 및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지향과는 결이 전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이런 태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월16일 서명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5월 텍사스 주 정부에  향후 250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 11곳을 짓겠다는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미 정부로부터 세금감면 등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과학법에 정부 지원금 지급 조건으로 '향후 10년간 중국 시설투자 금지'를 포함하면서 삼성전자로서는 심각한 뒷통수를 맞는 격이 됐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 투자를 지원금 없이 진행하든지, 중국 사업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에서 반도체 생산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고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경 사장의 이날 발언은 중국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인데 그의 발언이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일 경우 향후 미국 정부와의 마찰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장비만 해도 한국은 미국 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25.7%에 달한다. 

미국의 동맹인 일본(25.0%), 네덜란드(25.0%), 싱가포르(11.1%), 독일 (2.5%) 등에 대한 의존도까지 감안하면 미국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반도체 산업을 계속할 수 조차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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