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재판' 檢, 'VVIP 녹음파일' 증거로 제출

검찰 "환자 서명까지 위조...진료기록부 없는 투약자 존재 뒷받침"

오경선 승인 2020.06.25 16:24 | 최종 수정 2020.06.25 18:25 의견 1
재벌·연예인 등 재력가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원장 등이 구속기소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ㅇ성형의원./뉴스타파 캡처.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의혹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다.

재벌과 연예인 등 재력가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ㅇ성형의원 병원장 등 재판에서다.

검찰은 ㅇ병원 측이 공개되지 않은 '브이브이아이피(VVIP, 매우 매우 중요한 인물) 회원'을 관리해왔으며, 이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서명까지 날조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5일 오전 병원장 김씨와 간호조무사 신씨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사건 속행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2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ㅇ병원 관계자들과 간호조무사 신모씨 가족회의 관련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병원 측이 수사에 앞서 프로포폴 투약 내역을 담은 진료기록부를 대량 폐기했으며, 일부 VVIP 회원을 상대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프로포폴을 다수 불법으로 투약해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기록에 남아있지 않지만 불법 사용된 프로포폴 양이 기소한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김 원장 등에 대해 구형할 형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불법 투약한 프로포폴의 양과 투약 횟수 등을 파악해야 한다.

녹음 파일은 기록이 사라진 프로포폴 사용 정황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제출됐다.

증거로 제출된 것은 김 원장과 신씨의 통화 녹음과 신씨 가족의 대책회의 녹음 파일 등 두가지다.

녹음 파일들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직접 거론됐다.

지난해 8월 26일과 27일 김 원장과 신씨의 전화 통화 녹음에는 김 원장이 신씨를 상대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프로포폴을 몰래 투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씨가 ㅇ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빼돌려 이 부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투약했다는 정황도 대화 중에 나온다.

지난해 12월 신씨의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었던 신씨 가족 대책 회의 녹음에서도 ‘이재용이 쓴 약 때문에 (병원) 차트가 맞지 않아 독박을 썼다고 말하라’는 등 이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검찰은 “특정 VVIP가 내원했는데 그 사람에 대한 진료기록부는 없고 투약 내역이 일부 외국인 명의로 분산 기재됐다. 그 부분은 (공소사실에) 녹아있는 내용으로 왜 증거로 제시 됐는지 본인들이 다 알 것인데 증인신문때도 마찬가지지만 이 사안 관련해서만 유독 모든 구성원이 예민하게(대응한다)”라고 지적했다.

신씨 측은 해당 녹음 파일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고 내용도 편집된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증거채택에 반대했다.

신씨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녹음파일은) 현재 기소 내용과 관련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한다면 향후 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원장과의 녹음 파일은 신씨의 휴대폰에 있던 것을 신씨의 남자친구가 훔쳐서 들어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족 간의 대화 내용의 경우에도 신씨의 말은 거의 없고 소극적으로 듣고 있다. 가족들이 아무렇게나 한 말이 녹음된 것으로 신빙성에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녹음 파일은 원본 그대로 제출돼야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다. (편집된 녹음 파일은) 전후 맥락을 알 수 없고, 기사 논조에 맞게 발췌된 부분이 있어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본건 관련해 제가 최대한 자제한 상태에서 보도된 내용만 원용해 제출한 것을 (변호인이) 알고 있으면서, 공개된 뉴스마저도 증거 채택을 막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면서 “추후 (녹음파일) 전부에 대해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지난달 김 원장 등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추가 기소한 건과 병합해 진행됐다.

검찰은 김 원장 등이 VVIP 환자 프로포폴 투약 내역을 숨기기 위해 단순히 진료기록부만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서명까지 날조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사실 설명을 통해 “김 원장은 하모씨를 상대로 지방 흡입을 하지 않았는데도 직원들로 하여금 수술 동의서에 하씨의 인적 사항을 적고 하씨의 서명을 넣어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다”고 사문서위조 건을 설명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7월 9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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