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삼성, LG, 현대, SK,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총 등 경제계 주요 인사 34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의견을 청취하고 민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30분부터 두시간여 동안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삼성, LG, 현대, SK, 한국무역협회, 경총 등 경제계 주요 인사 34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의견을 청취하고 민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청와대

[포쓰저널=염지은 기자]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030 세계 파운드리 1위’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포토레지스트 단 한개의 소재만 일본이 계속 막아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중심 반도체 2차 도약 야망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36년동안 해오면서 단기 수익에만 급급, 소재·장비 등 후방 산업 인프라에는 등한시한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핵심 소재를 거의 100% 일본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를 방치한 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선언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말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병철-이건희 회장처럼 오너경영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치밀한 장기 발전전략을 짰다면 포토레지스트 따위에 미래비전이 휘둘리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전자에 보조를 맞추며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강국'에 힘을 실어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무능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 문재인-이재용 "2030까지 세계 파운드리 1등" 헛구호 그치나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만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의 목표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삼성 사업장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에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같은 달 24일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 등 역대급인 133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은 삼성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선언이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반도체 산업 진출을 밝힌 1983년의 ‘2·8 도쿄 선언’, 이건희 회장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2020년 글로벌 10대 기업 도약을 발표한 2009년의 ‘비전 2020’에 이은 선언이다.

그런데 선언 석달도 안돼 삼성의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 설 위기를 맞은 것이다.

◆ 포토레지스트 EUV가 뭐길래?

일본이 이달 1일 한국 수출과 기술이전 규제를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는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불산(Hydrogen Fluoride, 고순도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luorine] Polyimide) 등 세가지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수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 포토레지스트 93.2% 폴리이미드 84.5%, 불산 41.9% 등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일간 신뢰 손상을 이유로 ‘외환 및 외국무역법’에 근거해 이들 3개 품목을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개별심사 대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4일부터 해당 품목의 수출·생산 기술 이전 시 개별 심사가 진행된다. 심사에 최대 90일이 소요돼 소재 조달이 지연되고 최악의 경우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포토레지스트는 불산, 폴리이미드와 달리 일본 기업의 대체가 어렵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조사하면 화학 변화를 일으키는 고분자 재료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에 사용된다. 광원의 파장 길에 따라 KrF(불화크립톤, 248㎚(나노미터·10억분의 1m)), ArF(불화아르곤, 193㎚), EUV(13.5㎚) 등으로 분류되며 파장이 짧을수록 고난도 기술이다.

삼성은 차세대 7㎚ EUV 포토레지스트 공정을 앞세워 파운드리 1위 사업자인 대만 TSMC를 추격중이다. 최근 IBM, 엔비디아, 퀄컴 글로벌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전문회사)들로부터 수주도 했다.

이 부회장은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하는 파운드리 분야 반도체 새 라인 건설에 총 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 규제로 파운드리 사업 확대가 어렵게 된 것이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JSR 등 일본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국내 동진쎄미켐이 KrF와 ArF 포토레지스트 개발을 완료해 판매하고 있으나, EUV 레지스트는 개발 중이다. 국산화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세정·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불산도 고순도는 일본 의존도가 높으나 어느 정도는 국내 대체가 가능하다. 폴더블 OLED패널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는 아직은 시장규모가 작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는 3~6개월 재고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문재인 정부도 타격 불가피

일본은 이번 수출 규제에 앞서 치밀한 분석을 끝내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포토레지스트, 불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대일 수출 의존도는 1660억원이다.

포토레지스트 1190억원, 불산 327억원,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39억원 등이다. 반면, 한국의 올 1~5월 반도체 수출 규모는 45조 294억원에 달한다. 이번 수출 규제로 양극이 극단적 상황까지 가도 일본이 볼 피해 규모는 미미한 것이다.

여기에 일본은 다음달 1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제외하겠다고도 예고한 상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외국환관리법)에 따른 '수출무역관리령'을 다음 달 개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법이 개정되면 우리나라는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통제 품목이 우리나라에 수출될 때 일일이 일본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해 반도체 부품·장비는 물론 사실상 전 산업군의 소재·부품·장비 수출이 제한된다.

반도체 1위를 빼앗긴 일본이 작심하고 치밀하게 무역 보복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처 방안 논의를 위해 30대 기업 총수들과 회동을 가졌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현재 3% 수준인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을 2030년 10%까지 높이고 파운드리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할 것이라고 헛 구호만 홍보했지, 후방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근본적인 반도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소홀이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핵심적인 소재, 부품 등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섣불리 파운드리 1위 얘기를 하면서 일본을 자극한 꼴이 됐다. 이재용의 경영능력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장비 업계가 무너지면 문재인 정권도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