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NO] 이마트 안되니 '노브랜드'로..."정용진 '상생'은 거짓" 소상인들 반발 지속

2019-10-16     김성현 기자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들과 협회 회원사 관계자들이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전북소상인대표자협의회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 이슈로 뭇매를 맞았던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여전히 상인들과 날을 세우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이마트의 신규 역점사업인 노브랜드 매장이다.

이마트가 전국에서 노브랜드 점포를 무한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저항하고 있지만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의 경우 조정 대상도 아니어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8년 6월 하남스타필드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신세계그룹과 협력업체의 성장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소외계층까지 배려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과 시스템 구축에 힘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16일 한국마트협회와 '이마트 노브랜드 골목상권 침해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정책토론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이마트,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이마트 노브랜드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토론회는 7월 전국 42개 시민단체와 상인협회를 중심으로 이마트 노브랜드 골목상권 침해 대책위원회’ 출범한 후 네 번째로 열린 기업·정부·소상공인들의 협상자리였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민영선 이마트 부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민 부사장은 당시 이마트 계열사인 노브랜드 등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소상공인들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민영선 이마트 부사장은 "소상공인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브랜드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조금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기부의 중재로 7월부터 진행된 이마트와 소상공인측 협상은 ▲노브랜드 점포 확대 총량제 ▲노브랜드 출점 거리제한 ▲노브랜드 PB상품 판매 비율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점포 확대 총량제는 현재 전국 240여개 노브랜드 매장의 신규 출점 매장을 제한하자는 안이다.

소상공인측은 240여개의 5% 수준인 연간 12개의 신규점포를 총량으로 정하자고 했다. 이마트 측은 연간 30% 수준인 70여 곳을 신규로 개점하겠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는 절충안인 10% 수준으로 총량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양측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브랜드 출점 거리 제한을 두고도 이마트와 소상공인측은 대립각을 세웠다.

소상공인측은 165㎡ 이상 규모의 중·소매장과는 300m의 제한거리를 두고, 165㎡ 미만의 소규모 매장과는 100m의 신규출점 거리제한을 두자고 했다.

이마트 측은 규모와 상관없이 50m의 거리제한을 고집했다. 

노브랜드가 이마트의 PB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매장인 탓에 PB상품 비율을 두고도 논쟁이 있었다.

소상공인측은 노브랜드가 100% PB상품만 판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인근 소상인 상권과 판매 품목이 겹치지 않아 골목상권 침해 소지가 줄어든다는 취지다. 

업계에 따르면 노브랜드의 PB상품 비율은 70%대다. 이마트는 이 비율을 80%까지 올리겠다고 제안했다. 중기부는 'PB상품 비율을 90%까지 확대하는 게 어떻냐'는 절충안을 내놨다.

전북소상인대표자협의회 최우종 사무국장은 “노브랜드가 매출을 올리는 방식이 30%의 일반 브랜드를 인근 매장보다 싸게 팔면서 70%의 노브랜드 제품에서 마진을 남기는 식”이라며 “노브랜드에서 판매하는 PB상품 중 상당수가 저가의 동남아 제품이다. 일반 브랜드 마진이 낮아도 충분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최 국장은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인근 골목상권이 전멸하게 되는 것”이라며 “사실 사기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비판했다.

인근 송천 A마트와 닭집 하나를 두고 10m거리에 출점한 이마트 노브랜드 전주 송천점. /사진=전북소상인대표협의회

이마트가 협상에서 설령 소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한다 해도 법적 강제력은 없다. 도의적인 책임 수준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출점 과정에 경남 창원시와 전북 상인협회와의 약속을 져버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마트가 2018년 9월 경남 창원시 대동백화점에 노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창원지역 5개 시장상인회와 향후 창원지역 노브랜드의 출점 시 동의를 구하겠다고 합의서를 써놓고 이후 동의없이 2개를 추가로 냈다”고 지적했다

전북지역 상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7년 4월 전주에 2곳, 군산에 1곳 총 3곳의 노브랜드 신규점포(직영점)를 내겠다고 사업신고를 했다.

이후 인근상인들의 반발이 일자 올 1월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전주에 1곳만 점포를 내기로 구두 약속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가맹점 형태로 당초 계획했던 3곳을 전부 출점했다. 노브랜드 전주 송천점의 경우는 인근 송천A마트와 불과 10m거리에 위치한다.

대기업 유통 계열사 직영점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 반면 가맹점은 상생법에서 정하는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다.

사업조정제도는 대형유통업체들의 무분별한 사업진출과 확장으로부터 중소상공인들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고,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중기부가 시행 중인 분쟁조정 제도다.

대책위는 이마트가 당초 노브랜드 직영점 사업신고를 하면서 인근 상인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협상을 진행하는 것처럼 하다가 종국에는 가맹점 형태로 3곳을 모두 출점했다고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실 이마트가 상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협상을 한다고 해도 이제는 믿음이 안간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말한 상생은 거짓이며 이마저도 중소상인들과의 협의의지가 없다"며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상인들과의 약속을 쉽게 어긴다. 대책위는 이 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유통법 개정과 함께 중기부 재량으로 개정이 가능한 상생법 시행규칙 개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SSM사업진출에 따른 중소상공인들의 사업조정신청은 총 176건이다. 이 중 이마트의 PB상품 매장인 노브랜드가 71건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32건으로 이마트 계열 사업장이 전체의 58.52%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