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家의 우애...최태원 회장, 친족들에게 9200억 SK㈜ 지분 증여

2018-11-24     염지은 기자
최창원 부회장, 최신원 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SK가 형제 경영진 4명이 지난 12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응원 도중 우승을 기원하는 ‘엄지척’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포쓰저널=염지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000억원대 지분을 증여하며 사촌 경영진들간의 우애를 다시 과시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선대회장 타계로 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20주년을 맞아 그룹 성장의 근간이 되어 준 형제 등 친족들에게 SK(주) 지분 329만주(4.68%)를 증여했다고 23일 밝혔다.

처분 단가는 주당 28만500원으로 최 회장이 증여한 규모는 9228억4500만원이다.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166만주, 사촌형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에게 49만6808주,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들에게 83만주 등을 증여했다.

증여 후 신원·태원·창원·기원·재원 사촌형제들의 SK(주) 지분율은 0.14%, 18.44%, 0%, 7.27%, 2.36% 등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만 지분 증여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최 부회장이 이미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40.61%)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100%)·SK플라즈마(100%)·SK가스(45.6%)를 보유한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SK건설(28.3%)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들이 하나가 돼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함께하며 한결같이 성원하고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지분 증여가 필요하다고 판단, 최근 가족모임에서 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SK㈜ 주식 13만3332주(0.19%), 약 370억원을 친족들에게 증여하는데 동참했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먼저 친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하겠다는 뜻을 제안했다”면서 “SK그룹을 더욱 튼튼하고 안정적인 그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지난달 24일 선대 회장의 인재양성 뜻을 계승하기 위한 '최종현 학술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주식 20만주를 증여하기도 했다.

이번 증여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SK(주) 지분은 23.12%에서 18.44%로 낮아졌지만 그룹 지배구조 변화는 없다. 최태원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30.88%)은 그대로다.

SK그룹은 독특한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최종건 창업주의 동생인 최종현(1929~1998) 선대 회장의 자제들이다.

최신원 SK네트워크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최종건 SK 창업주(1926~1973)의 아들이다. 장남인 최윤원(1950~2000) 전 SK케미칼 회장은 2000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종건 창업주는 창업 후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과 SK그룹을 이끌었다. 1952년 선경직물로 시작한 SK그룹은 최종현 회장이 정유와 정보기술(IT)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시키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998년 최종현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며 사촌 5형제는 가족회의를 갖고 그룹의 대표를 최태원 회장으로 하는 것으로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이 최태원 회장이 제일 뛰어나다며 그룹 승계자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들간 마찰이 거의 없어 재계 모범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