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사우디서 스테이블코인·데이터센터 건립 논의

사우디 지방자치주택부 장관과 회동

2025-11-20     박소연 기자
2025년 11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시티스케이프 국제 엑스포' 현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이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선물을 주고 받고 있다./2025.11.20 SPA 화면 캡처.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찾아 현지 정부와 디지털 금융·데이터센터 등 전략 사업 협력을 직접 논의하며 네이버의 중동 진출 행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의장이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으로, 중동 지역을 새로운 핵심 성장 축으로 삼는 네이버 전략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에 따르면 이 의장은 18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전시회 2025’ 현장에서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지방자치주택부 장관과 만나 디지털 혁신 및 스마트시티 관련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알호가일 장관은 2022년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디지털 트윈·로봇·AI 등 네이버의 기술을 직접 체험한 인연이 있다.

SPA는 이날 회동에서 양측이 디지털 전환 및 혁신 기술 분야 협력 강화와 함께, 부동산 투자 및 다양한 경제 부문과 연계되는 ‘안정적 디지털 화폐’ 분야 협업 기회를 집중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주식 교환을 추진하며 디지털 금융 경쟁력 확보에 나선 시점과 맞물려, 중동 지역에서의 디지털 화폐·토큰증권(STO) 사업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의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한 STO 발행, 스마트시티 내 실물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 등이 실제 협력 모델로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논의에는 사우디 현지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도 포함됐다.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 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네이버가 주도하거나 공동 개발하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언급된다. 

양측은 연구개발(R&D) 협력 확대와 한·사우디 간 기술·과학 분야 교류 프로그램 강화 방안도 함께 검토했다.

이번 방문에서 이 의장은 지난해와 달리 전면에 나서 협의를 직접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AI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실무를 맡았으나, 올해 이사회 복귀 이후에는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 등 통합 ‘팀네이버’를 이끄는 전략 총책임자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네이버의 협력 행보가 이어졌다. 

19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최수연 대표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함께 UAE 내 인공지능(AI) 중심 미래 혁신 허브 구축 구상을 논의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네이버의 AI 모델을 현지 산업·공공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중동 시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웹툰), 일본(웹툰·네이버웍스)에 편중돼 있는 기존 해외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리적으로 유럽·아프리카와 가까운 중동 시장에서 사우디·UAE와의 협력 기반을 확보하면 향후 주변 지역으로의 확장도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회동도 첨단 디지털 솔루션 유치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