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금산분리 원하는 게 아냐, AI 투자 감당할 새 제도 필요"

한경협·대한상의·중견련 공동 개최 '제2차 기업성장포럼' 참석 "2030년 마이너스 성장 우려…규제 개혁 시급" "계단식 규제·공정거래법, 성장 중심 개편 필요"

2025-11-20     김지훈 기자
2025년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 대한상의,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이 공동 개최한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와 관련해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 대한상의,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이 공동 개최한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 참석해 “저희는 금산분리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자꾸 기업 하는 사람이 돈이 없다, 돈을 주십시오 이런 이야기가 왜곡돼 금산분리를 해주십시오라는 이야기로 넘어갔다”며 “저희가 원하는 건 금산분리가 아니다. 이 숙제를 해낼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숫자들을 각 나라들이 투자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할 정도의 숫자들이 나온다”며 “국민성장 펀드가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지만 솔직히 그것도 부족하다. 1호에 이어 2호, 3호, 4호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규모뿐만 아니라 속도의 게임도 있다. 누가 먼저 리딩 기업이 되느냐가 경제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집중화된 자금과 플랜을 만들지 못하면 이 AI 게임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 시대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최 회장은 “최근 5년마다 민간 분야 경제 성장률이 1.2%포인트씩 하락했다”며 “203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의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 절체절명의 5년”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거래법과 기존 기업 규제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공정거래법이 열심히 기업집단을 규제해 왔지만 아무도 그게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의 성장에 맞춘 새로운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업성장포럼은 경제계, 정부, 국회, 학계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성장 지향형 기업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포럼 인사말에서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기업 성장 환경 개선과 규제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30년 전 9.4% 성장했지만, 작년엔 2% 성장에 그쳤다. 민간 성장 기여도는 같은 기간 8.8%포인트(p)에서 1.5%p로 줄었다”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 자원과 인재가 빠져나가는 심각한 위험 신호”라고 짚었다.

특히 계단식 규제와 공정거래법 체계가 기업 성장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계단식 규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업의 크기 기준 규제는 성장 시대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성장을 하는 기업’을 기준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 5조 이상 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2009년 이후 그대로여서 규제가 누적됐다”며 “중견기업은 9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은 343개의 규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럼에서는 AI·딥테크 분야 투자 활성화, 스타트업 육성,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구조 구축 등 구체적 정책 대안도 논의됐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대규모 자금과 속도의 경쟁이 핵심”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스타트업 육성과 집중 투자만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2025년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 대한상의,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이 공동 개최한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과 구윤철 경제부총리(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