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HBM도 중국이 잠식 가능...'AI 전쟁' 파격적 지원 시급"

국회 '한중의원연맹 2025 연구용역 결과보고' 세미나 'AI 전쟁 중심에 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 전병서 "중국, LCD·태양광·배터리·전기차 이어 반도체칩에 올인"

2025-11-20     강민혁 기자
2025년 1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2025 연구용역 결과보고회 - AI 전쟁 중심에 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민혁 기자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중국이 화웨이 등에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자체 AI(인공지능) 칩과 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수요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단순히 재벌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닌 AI 전쟁시대 전략물자 생산을 위한 방위비 성격으로 차세대 HBM과 첨단 파운드리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2025 연구용역 결과보고회 - AI 전쟁 중심에 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는 한중의원연맹이 발주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의 연구용역 결과보고 발표가 진행됐다.

연구용역 발표에 나선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지금의 대중 반도체 수출 호황은 미중 갈등 특수로 인한 것"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규제 전 마지막으로 외국 장비·소재를 대량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소부장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대중 AI 수출금지로 매출 증가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특수일 뿐"이라며 "2025~2026년 이후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2030년 70%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정부 주도의 천문학적 투자, 민간 기업의 R&D(연구개발) 집중, AI칩 수요 폭증 등이 맞물리며 성숙노드(Mature node, 28nm·40nm 등 구형 공정), AI 인터페이스 칩 등 특정 분야에선 2027년 이전에도 중국이 국산화율 50% 이상 달성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 소장은 "중국산 장비·소재의 성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국가 총동원령 속 화웨이의 반도체 항공모함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생태계로 반도체 세상을 뒤엎는 꿈을 꾸고 있다"며 "중국은 LCD·태양광·배터리·전기차에 이어 반도체칩의 생태계를 원자폭탄을 만들던 정신으로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화웨이는 칩 디자인·팹·조립·장비·재료 등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화웨이는 자회사 및 투자회사를 통해 117개의 회사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한국 반도체 소부장의 눈물은 2026년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며 "현재 중국 고객이 전체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중소형 소부장 기업이 많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국산화 진전과 미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공급 제한과 같은 2차·3차 제재로 인해 한국 소부장 매출이 감소할 것이다. 이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고 기술 격차가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부 기업은 생존을 위해 베트남·인도·미국 등 중국 외 시장으로 급속히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 소장은 "한국 반도체는 2025~2027년이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다. 한국 반도체 대중 사업의 피크는 2026~2027년 사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아직 중국산과 성능 격차가 크지만, 중국산 비중이 점차 증가 중"이라며 "파운드리 및 장비·소재 부분은 더 빠르게 대체돼 전체 대중 수출 규모는 202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삼성·SK하이닉스도 중국 생산 비중을 축소하고 미국·일본·유럽 등 비중국 시장에 공장 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차이나 리스크'가 아니라 '차이나 프리'(China-Free)를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은 유럽연합 반도체 자립 전략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차이나 프리'방향으로 재편되게 했다"고 설명했다. 

칩4 동맹은 △미국이 반도체 설계·장비 △한국이 반도체 메모리 제조 △대만이 반도체 파운드리(TSMC) △일본이 반도체 소재·장비 등 각각 세계 반도체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면서 미국 주도로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추진한 반도체 협의체다.

전 소장은 "한국 기업도 미국·일본·대만과 협력 강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시장 포기 또는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반도체 수요 폭증이 새로은 기회이자 위협"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이라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 

오수부동격은 쥐·고양이·개·호랑이·코끼리가 각자가 견제하는 형세에선 큰 동물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싸울 필요도 없다는 의미로, 힘의 균형을 통한 공존이 훌륭한 해법이라는 의미다.

전 소장은 "중국은 특히 인터페이스용 AI칩 국산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 내 AI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참여는 제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HBM등 AI메모리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 외 시장에서 AI반도체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이 자체 AI칩과 메모리칩 생태계를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도 사라질 수 있다"며 "한국반도체는 차세대 HBM과 첨단 파운더리에 파격적인 지원으로 미·중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지원은 재벌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닌 AI전쟁시대 전략물자 생산을 위한 방위비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사례처럼 사실상 전시상황과 다를바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한중의원연맹(회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석부회장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다.

2025년 1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2025 연구용역 결과보고회 - AI 전쟁 중심에 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 세미나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강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