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쿠팡 새벽배송 기사 사망…'부실 초동수사'에 논란 가중

유족측 ‘과로사’ 주장 속 경찰 음주측정 누락 인정 사고 원인 규명 혼란..노조 “주 80시간 노동…과로사 명백” 쿠팡 영업점 측 “음주 의혹 제보…경찰 철저 수사해야” 시민단체 “쿠팡, 장시간 야간노동 구조 바꾸고 책임 인정해야” 반대 측 “새벽배송 제한하면 일자리·소비자 피해 불가피”

2025-11-18     이현민 기자
2025년 11월 10일 오전 2시10분경 제주시 오라동에서 쿠팡 새벽배송 택배기사 오승용씨가 몰던 차량이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씨는 결국 사망했다./사진=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제주에서 발생한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고를 둘러싸고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과로’와 ‘음주 운전 의혹’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유족은 쿠팡의 야간배송 구조가 초래한 비극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는 10일 새벽 사망한 30대 쿠팡 새벽배송 기사 오승용씨에 대해 사고 직후 음주측정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직후 오씨가 혼자 운전하던 1t 트럭이 전신주를 들이받은 점 등을 근거로 ‘졸음운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정작 음주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초동조치 미비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뒤늦게 “원칙적으로 음주 여부 확인이 맞다”면서도 “술 냄새 등 의심 정황이 없었고, 권역외상센터의 통제로 접견이 불가했으며 응급수술이 이어져 측정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장례가 끝난 뒤에서야 음주측정 누락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사고 원인 규명은 상당한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병원 치료 내역, 직장 동료 진술, 혈액 채취 여부 등을 토대로 음주 여부 확인 절차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사고 직후부터 오씨의 사망 원인을 ‘과로’로 규정했다.

노조가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ㄱ씨는 평일 오후 7시~다음날 오전 6시30분,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주 평균 노동시간 69시간, 야간근무 할증 포함 시 83.4시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이는 지난해 쿠팡 심야배송 업무 중 사망해 산재로 인정된 고(故) 정슬기씨의 주 평균 노동시간(74시간 24분)을 훨씬 넘는 수준이라며 “오씨의 노동환경은 명백히 과로 위험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씨가 소속돼 있던 쿠팡 협력업체 영업점 대표는 언론에 “음주운전 의혹 제보가 있다”며 경찰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쿠팡측 주장은 “사자 명예훼손이자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경찰이 사고 당시 음주측정을 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양측 주장은 모두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사고는 10일 오전 2시 10분경 제주시 오라동에서 발생했으며, 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 복귀 중이던 오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당일 오후 3시 10분 사망했다.

한편 18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 등 시민단체와 유족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노동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번 사고는 졸음운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고인이 주 80시간 넘게 야간노동을 지속한 점에서 업무와 연관성은 분명하다”며 “문제의 뿌리는 쿠팡이 만들어낸 장시간·고강도·연속적 야간노동 구조”라고 규탄했다.

또한 ‘무제한 노동 방치’ 인정과 유족에게 사과, 사회적 합의(1·2차) 즉각 이행, 야간노동 위험을 해소할 개선안 마련 등을 쿠팡에 요구했다.

위원회는 “군포·남양주·동탄에 이어 올해 제주까지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이 반복되고 있다”며 “현 구조를 놔두고는 과로사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노동자 단체와 소비자단체는 택배노조 등의 ‘심야배송 제한’ 주장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쿠팡노조는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인프라이며, 심야배송 제한 시 일자리 축소·수익 감소 등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새벽배송 전면 중단은 소비자 불편을 넘어 자영업자와 물류 종사자의 생계에 직접 타격을 줄 것” 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11월 18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 등이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택배기사 사망사고에 대한 쿠팡의 책임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전국택배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