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1400조원 국내 투자"..정부 '관세 협상'에 화답

2030년까지 삼성 450조, 현대차 125조, LG 100조 SK 2028년까지 128조원_용인 반도체 600조원 투입 4대그룹 대미투자 218조 투자도 속도감 있게 추진 전망

2025-11-16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연합

[포쓰저널]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해 국내와 해외에서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재확인했다.

4대그룹 총수들이 이날 약속한 향후 5년간 국내 투자액은 삼성 450조원, 현대차 125조원, LG 100조원, SK 128조원 등 803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SK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600조원까지 더하면 1400조원의 대기업 투자가 국내서 집행될 전망이다.

이번 회동은 한미 관세 협상 이후 14일 한미 공동 설명자료(Fact Sheet)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이 발표된 시점에 맞춰 열렸다.

재계는 정부의 협상 성과에 대해 일제히 감사의 뜻을 전하며, 향후 투자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 공동 대응한 적이 있었나 싶다”며 “전적으로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면서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들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며 "비슷한 조건이라면 되도록 국내 투자에 좀 더 마음을 써 주시고,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방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재계 총수들은 이에 대규모 국내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약속하며 화답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지난 9월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매년 6만명씩을 국내에서 고용하고,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간 국내 연구개발(R&D)을 포함해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지만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매년 8천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했는데 2025년까지 매년 1만4천명∼2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올해 7천200명을 채용했으나, 내년에는 이 수치를 1만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 투자가 계획됐다고 밝혔다.

'마스카' 투자를 이끌 한화그룹과 HD현대도 향후 5년간 국내에 각각 11조원, 15조원(에너지·AI 8조원, 조선·해양 7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5천억원인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1조원까지 키우겠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후 별도의 자료를 내고 향후 5년간 국내 투자 계획을 상세히 밝히기도 했다.

한편, 재계 총수들은 정부의 미국 관세 협상 과정과 결단에 대해 이례적일 만큼 찬사를 보냈다. 

이재용 회장은 “정말 노고가 많으셨다”고 말했고, 최태원 회장은 “신중하고도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협상을 잘 이끌었다”고 말다.

서정진 회장은 “이번에 보니 대통령의 배짱과 뚝심이 대단했다”며 “미국 로비스트들도 ‘한국 정부의 협상력이 대단하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핵잠) 관련 성과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받았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마스가)’를 언급하며 “미국 조선업 재건 사업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여승주 한화 부회장은 “한국 국격이 올라가고 아·태 지역 안보가 강화될 것”이라며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약속한 총 1500억달러(약 21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투자 계획은 8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처음 공개된 것으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주요 집행 주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지역에 총 37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를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38억7천만달러 규모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26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해 전기차·배터리·로봇·전기로 제철소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한다. 

LG그룹 역시 테네시·미시간·오하이오 등지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확장하며 현대차·혼다와의 대규모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와 HD현대는 핵잠 공동 건조, 미국 조선 인력 양성, 대규모 FDI 확대 등 조선·안보 협력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는 단순한 관세 협상 후속 검토가 아니라, 사실상 향후 5년간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방향을 조율하는 전략회의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다.

각 그룹은 분야별로 이미 투자 로드맵을 제출해둔 상태다. 공급망 리스크와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내 시설 확충과 국내 첨단산업 기반 강화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단순한 ‘사후 설명회’가 아니라 향후 기업별 역할과 정부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매우 강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재계의 협력 기조가 강화되면서, 향후 민관 ‘합동 투자전략 체계’가 정례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5년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5년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5년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LG
이재명 대통령과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해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