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새벽배송 제한' 논란 격화..."쿠팡이 해결책 내놔야"
"노동자 건강권"vs "일할 권리·소비자 편익" "다회전 배송·마감 압박 쿠팡 시스템 개선 필요"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심야시간대(0~5시) 새벽 배송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노동자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이유로 제안한 심야시간대(0~5시) 배송 제한에 대해 쿠팡 노조와 소비자단체 등은 일할 권리와 소비자 편익 등 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소상공인 등은 매출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간배송을 스스로 선택해 일하겠다는 노동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한다.
◇ "다회전 배송·마감 시간 준수 압박 '새벽배송', 쿠팡이 해결책 내놔야"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노동자의건강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최로 열린 집담회 ‘쿠팡이 답하라! 노동자 잡는 야간노동 무한속도 새벽배송’에서는 다회전 배송과 마감 시간 준수를 강요하는 새벽배송 문제에 대해 쿠팡이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날 집담회는 심야시간대(0~5시) 배송 제한 방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격화되며 쿠팡의 새벽 배송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노동자 및 시민단체 등의 공통된 요구에 따라 열렸다.
사회를 맡은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밤 12시 이전 주문 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배송이 완료되는 것을 약속하는 물류서비스”라며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을 포기하고 다회전 배송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쿠팡 택배노동자의 야간 평균 노동시간이 주간 노동시간보다 길지만 휴게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담회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주5일 58시간인데 반해 야간 평균 노종시간은 주5일 60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노동자의 80% 이상은 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CJ대한통운 등 타 백배사에서는 다회전 배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반면에 쿠팡에서는 주간 2~2.5회전, 심야 3회전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용 쿠팡 CFS 물류센터 노동자는 “핵심 작업이 ‘로켓프레시 주문’인 신선센터의 경우 오후조(야간조) 근무 시간이 오후 5시 30분부터 익일 2시 30분까지로 마감이 상온센터에 비해서 더 빡빡하게 몰려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감 때문에 식사시간을 오후 7시 정도에 제공하는 점으로 신선센터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신선센터 오후조는 식사시간 이후 단 1분 1초의 휴게시간도 없이 일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마감 때문에 식사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오후 7시나 8시 정도로 앞당긴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에게 교대제는 선택사항이 아니며 주간이냐 야간이냐 선택지만 있는데 많은 이들이 야간수당, 투잡, 육아 등을 이유로 오후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수면장애, 만성피로가 찾아오며 대부분이 퇴근 이후에도 가족을 챙겨야 하기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성용 노동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 근무자들의 시급이 주간 노동자들의 시급보다도 낮을 뿐 아니라 야간에는 EHS(건강관리팀)이 운영되지 않아 119에 실려 갈 정도가 아니면 그냥 견디거나 구급약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청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오전 7시 배송 마감시간 기준을 둔 작업 방식이 노동강도를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며 ”소분작업과 다회전 배송, 마감시간 미준수에 따른 클렌징은 하루 휴식시간 22.6분만을 쉬며 노동자들이 스스로 갈아놓으며 일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팡에서는 낮 시간보다 야간에 노동강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없으며 다회전 배송과 마감 시간 압박으로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지기만 한다“며 ”그럼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추가 수당 등과 같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야간 노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야간노동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사회에 답해야 하며 정부도 답해야 한다“고 했다.
정성용 노동자는 ”새벽배송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은 전적으로 쿠팡에 있다“며 ”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로켓배송의 정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쿠팡이 비용을 투입해 고용을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며 ”쿠팡은 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비용절감을 위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 "새벽배송 금지는 택배 산업 근간 흔드는 것"
쿠팡노조 등은 이미 생활 인프라가 된 새벽배송을 제한할 경우 일자리 축소와 수익 감소, 사회·경제적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10월 30일 쿠팡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택배노조의 심야배송 제한 제안은 현장의 실태와 생계를 외면한 조치”라며 “새벽배송은 국민 생활에 이미 깊이 자리 잡은 서비스이자 쿠팡 물류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야배송 금지는 배송기사의 일자리 축소와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고용 안정과 임금 보전에 대한 대책 없이 ‘근로시간 감축’만 말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성명을 통해 “심야배송 전면 중단은 소비자 불편을 넘어 자영업자·물류 종사자 생계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단체 ‘소비자와함께’가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1000명)에서도 새벽배송 축소·중단 시 불편을 느낄 것이라는 응답이 64.1%에 달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이달 4일 성명을 내고 “새벽배송 전면 제한은 소비자 생활 불편, 농어업인 및 소상공인 피해, 물류 종사자 일자리 감소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할 것임을 심각히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간에 운영되는 보안·편의·철강·조선·운송 등 기간산업 종사자들의 활동이 경제의 동맥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야간노동의 일괄적 제한은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