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첫 '자발적 퇴사' 시행…"AI 확대 여파"

역대 최대 실적 속 인력 구조 재편 'AI 퍼스트' 전환 위해 1천억 투자

2025-11-12     강민혁 기자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크래프톤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크래프톤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이 아닌 자율적 경력 전환 지원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전환 전략과 맞물린 인력 효율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회사를 떠나 새로운 커리어를 모색하려는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36개월치 월급여를 일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원 대상에는 직급·근속연수·부서 제한이 없으며, 모든 임직원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인력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이 아니라, 각자의 커리어 방향에 맞게 회사를 떠날 자유를 제공하는 자율 선택형 제도”라며 “특정 직군이나 연차를 대상으로 한 퇴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퇴직제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크래프톤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519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상황에서 발표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인력 운용 정책을 조정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AI 중심 경영 구조로의 재편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최근 ‘AI 퍼스트(AI First)’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약 1000억 원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회사는 게임 개발 전 과정에 AI를 접목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인공지능 기술을 게임 엔진·아트·운영·테스트 등 다양한 부문에 적용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 하반기부터 일부 조직 개편과 인사 재조정, 신규 채용 규모 축소 등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AI 기술 확산에 따른 인력 구조의 불가피한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AI가 초급 코딩이나 간단한 콘텐츠 제작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핵심 기획·디자인 인력 외에 반복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은 효율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크래프톤의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은 사실상 AI 전환 과정에서의 자연 감축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이 인력 축소보다는 장기적인 인재 순환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크래프톤은 AI 전환 외에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체제’를 기반으로 한 다국적 협업 구조를 확대하고 있으며,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스튜디오와의 공동 제작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게임 개발 부문에서 국내 본사 인력이 맡던 역할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다른 대형 게임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 게임 서비스 다변화 등으로 인력 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AI·클라우드·데이터 기반 게임 운영이 보편화되면서,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서 자동화 및 AI 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이번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는 자율 퇴직 형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시대형 조직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며 “AI가 게임 개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적 자원의 효율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