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소액주주연대,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반대 탄원서 거래소 제출
주주연대 "지분 희석·디스카운트 불가피" LS "독립적 투자자금 필요"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LS그룹이 추진 중인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IPO(기업공개)를 둘러싸고 중복상장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가 주도하는 LS 소액주주연대가 상장 반대 탄원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대기업 계열사 상장 관행에 대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액트는 12일 “LS가 7일 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을 위해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것과 관련해, 중복상장에 반대하는 853명(지분율 0.75%, 약 478억 원 규모)의 소액주주가 결집해 탄원서 서명에 동의했다”며 “이번주 내 거래소에 1차 탄원서를 공식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주행동은 3월 LS그룹이 KOC전기·에식스솔루션즈 등 계열사 동시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 결성된 1차 주주행동의 연장선이다.
당시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해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LS아이앤디→슈페리어에식스→에식스솔루션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LS그룹 증손자회사다.
1930년 설립돼 나스닥에 상장됐던 미국 전선 제조업체로, 당초 나스박에 상장돼 있었지만 LS그룹이 2008년 인수하면서 상장폐지된 바 있다.
현재는 전기차 모터용 마그넷 와이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특수 권선, 친환경 전력기기용 고효율 전선 소재 등에서 글로벌 1위권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 LS그룹의 미래 성장 핵심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LS 측은 상장 추진 배경에 대해 “에식스솔루션즈가 대규모 CAPEX(설비투자) 자금을 독자적으로 조달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이익이 연결 실적에 기여할 수 있어 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연대는 이 같은 논리를 ‘회계적 착시’라고 반박했다.
액트 측은 “IPO를 하면 이미 보유한 에식스솔루션즈 지분 가치가 희석돼 향후 아무리 큰 이익을 내도 그중 일부만 모회사 주주에게 귀속되는 것은 물론 지주사 디스카운트(저평가)까지 발생하게 된다”며 “이는 명백한 ‘알맹이 빼가기’이자, 단기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미래의 핵심 성장 가치를 영구히 포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LS 사례가 이재명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취지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중복상장을 제한하는 현 정부의 기업 밸류업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며 “이번 탄원서 서명은 주주들의 단호한 반대 의사를 전달하는 첫 단계이며, 금주 내 1차 탄원서를 제출해 거래소의 공정한 판단을 촉구할 것”고 강조했다.
이번 LS그룹의 상장심사는 대기업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앞서 한화·SK 등 주요 대기업이 비슷한 논란으로 계열사 상장을 보류한 만큼, 거래소의 판단이 향후 대기업 IPO 흐름에 중대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이번 사안은 단순히 LS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와 선례를 결정할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액트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시장에 명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S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1차 탄원서 제출 이후에도 액트 플랫폼을 통해 추가로 주주들의 서명을 받아 2·3차 탄원서 제출 및 국회·금융당국 제도개선 건의 등 공동 대응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LS의 사례를 계기로 ‘중복상장 심사기준 개선’ 정책 제안서를 별도로 마련해 거래소와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LS 관계자는 “2008년에 인수한 에식스솔루션즈는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90년 된 미국 기업“이라며 ”이를 美 전선 분야 1위 기업으로 키워 국내에 재상장시킴으로써 국부 유출을 막는 한편, 국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S그룹의 주가는 연초 대비, 지주사인 ㈜LS 123%, 자회사인 LS일렉트릭 185%, LS마린솔루션 100% 등이 오를 정도로 주식 시장에서 미래 가치가 높다는 것을 대내외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면서 “자회사 밸류업을 통해 그룹 전반의 미래 가치를 올리는 것이 모회사 주주 및 자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