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주없이 2년만에 새 아파트"..현대건설 '더 뉴 하우스' 공개
업계 최초 '거주 중 리뉴얼' 사업 모델 제시.."규제 노후 단지 새 해법"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적용도.."매우 엄격한 기준"
[포쓰저널=송신용 기자] 현대건설이 업계 최초로 입주민이 이주하지 않고, 기존처럼 거주하면서 공동주택의 주거 환경과 단지 가치를 신축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주택 신사업 '더 뉴 하우스'(THE NEW HOUSE)'를 공개했다.
현대건설은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디에이치 갤러리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신규 사업 프로젝트명과 추진 배경,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1부 미디어 세션과 2부 주요 기관 및 25개 관심 사업지 관계자 세션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현대건설은 노후 공동주택 주거 개선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이형덕 리뉴얼신사업 팀장은 더 뉴 하우스가 ▲이주 없이(No move) ▲간소한 절차 속에서(Easy process) ▲2년 이내(Within two years) 사업 완수를 목표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핵심 가치(NEW)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주·철거 없이 신축급 단지 구현.."규제 막힌 노후 단지 새 해법"
더 뉴 하우스는 입주민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단지 전체를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주거 혁신 프로젝트다.
이는 단순한 주택 수선이나 보수를 넘어, 외관 디자인 변경, 조경과 편의시설 개선은 물론, 사용되지 않는 지하나 지상의 유휴 공간(지하 피트 등)을 찾아내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간 활용을 통한 '신축 수준의 단지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한다.
현대건설이 이 같은 신사업 모델을 선보인 것은 재건축 연한이 남았거나 각종 규제와 분담금 등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주거 개선 사업 추진이 어려운 노후 공동주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 팀장은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재건축보다 대수선이 현실적 해법"이라며 "단순 보수를 넘어 신축과 같은 가치로 단지를 재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과감히 착수했다"고 기획 배경을 소개했다.
더 뉴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입주민 이주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거주 구역과 공사 구역을 단계별로 분리 시공하고, 공용부 중심의 개선으로 설계를 최적화한다.
현대건설은 입주민 동선을 면밀히 분석해 안전과 불편을 줄일 수 있는 공정을 마련하고, 커뮤니티동 신축 등에는 재래식 공법 대신 빠르고 안전한 시공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는 범위에서 리뉴얼 작업이 진행돼 불필요한 절차도 최소화했다.
사업은 공동주택관리법(입주자대표회의 방식)이나 주택법(조합 방식)으로 추진 가능하며, 공사 범위나 용적률 등 단지 상황에 따라 적용법이 달라진다.
오래된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난에 대해서도 '이주 없는' 해법을 내놨다.
이 팀장은 "지하주차장을 건드리면 거주 중 공사가 불가능하다"며 "기존 주차장에 주차장의 효율이 최대 30%까지 오르는 '로봇 주차'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 주차(지능형 주차)는 2027년경 법제화가 예상되나, 현 정부 기조상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1호 사업지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2년 내 완공 목표
현대건설은 5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를 1호 쇼케이스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곳은 과거 영동차관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입주자대표회의의 개선 니즈와 현대건설의 신사업 방향이 맞아떨어졌다.
단지는 용적률을 남겨둔 케이스다.
현대건설은 이 부분을 찾아내 채우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건설은 입주민 맞춤형 주거 서비스 'H 컬처클럽' 등을 담아 연내 차별화된 사업 제안을 할 계획이다.
이후 2분의 1 이상의 입주민 동의 절차 등이 정리되면 연말경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사 기간은 약 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업비는 단지 조건이나 공사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기준 '1억원 미만'으로 추산됐다.
이 팀장은 "리모델링 방식으로 사업을 하면 수억 원의 공사비와 막대한 이주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며 "이주에 따른 금융 비용 없이, 오로지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실질적 비용만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비는 계약금 일부 납부 후 중도금/잔금을 매월 분납하거나, 금융사 구독 프로그램을 통해 납부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적용도.."매우 엄격한 기준"
이번 신사업을 통해 단지 가치가 격상되면서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브랜드 적용을 기본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기존에 타사 브랜드를 사용하던 아파트라도 더 뉴 하우스 사업을 통해 현대건설의 상품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입주민 동의를 거쳐 '힐스테이트'로 브랜드를 변경할 수 있다.
최상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 적용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형덕 팀장은 "디에이치 브랜드는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인 기준으로 적용될 예정"이라며 "확답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팀장은 "단지 조건과 입주자의 의견 및 동의에 따라 일부 조정(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를 포함한 최상위 입지 단지들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고 입주민 동의를 얻을 경우, 리뉴얼 사업을 통해서도 디에이치 브랜드 단지가 탄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현대건설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10년 뒤 정비사업이 완성된 이후를 내다보고 더 뉴 하우스를 추진하고 있다.
1기 신도시나 지방 도시처럼 사업성 문제로 리모델링이 어려운 곳에도 적용 가능한 '대수선형 리모델링' 사업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더 뉴 하우스가 공동주택의 구조적 제약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질과 단지 브랜드 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패러다임 변화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주거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택사업 분야의 리더 기업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오늘은 새로운 대안으로 리뉴얼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하는 날"이라며 "구축 아파트에 대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