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전액손실 '벨기에펀드' 한투증권 등 현장검사

투자자들 "모집 당시 안전성 강조..불완전판매"

2025-10-15     강민혁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025년 9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임직원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900억원대 원금 손실이 발생한 '벨기에 펀드'(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판매사들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벨기에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과 KB국민·우리은행 본사에 이날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벨기에펀드를 589억원 어치 판매했고, 국민은행은 200억원, 우리은행은 120억원을 각각 팔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 민원이 이어지고 논란이 지속돼 오늘 검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중점적으로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6월 설정된 벨기에펀드는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코어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펀드를 설정해 공모와 사모를 나눠 총 900억원을 모집했다.

나머지 투자금은 현지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모집 당시에는 5년간 펀드 운용 후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을 분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를 맞아 유럽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매각에 실패해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3월 자산운용보고서 공시에서 "연내 펀드를 상환할 예정이지만 투자자에게 분배되는 금액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신탁 피해투자자 대책모임' 측은 "펀드 자금을 모집할 당시 판매사들이 △임대율 100% △벨기에 정부기관이 임차 중인 건물 이라며 안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만약 판매 과정에서 '절대 손실이 날 리 없다'는 취지의 권유가 확인될 경우 판매사에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피해자들에게 20∼50%의 배상률을 차등 적용한 자율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불완전판매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배상률과 이행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핵심 과제로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세운 만큼 금감원 검사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원장은 9월 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금융투자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임직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라며 "투자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상품 설명을 강화해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소액분쟁 사건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의 도입도 추진 중이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액 분쟁 사건에 대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민원인이 수락하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안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는 조정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반드시 조정안을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