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동조합연대, 성과급 제도 개선 촉구..."SK하이닉스 처럼"
3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포쓰저널=장성열 기자]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삼성의 성과급 제도가 여전히 '깜깜이', '차별', '상한제'라는 3대 불공정 제도를 안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지급 기준을 정하고 영업이익이 아무리 늘어나도 직원들이 받을 몫은 예측 불가능하며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30일 오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했다.
삼성그룹노조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자회사 직원들이 공정한 보상에서 항상 배제돼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의 예를 들며 SK하이닉스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이미 수년 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배분하는 투명한 제도를 도입했고 올해는 성과급 상한선까지 폐지하며 직원들과 상생, 화합하는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반면 삼성은 여전히 EVA(경제적 부가가치,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금액)라는 불투명한 산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노조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최고 책임자인 이재용 회장이 직접 결단하기를 촉구한다"며 요구사항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자회사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차별 중단 ▲성과급 상한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삼성그룹노조연대 오상훈 의장은 발언에서 "노사관계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인사평가제도와 임금 구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OPI(성과급체계)"라며 "이는 삼성 전 직원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가 지급될지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오 의장은 이어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통보만 하고 있다. 기대를 명확화하기 어렵다"며 "어느 정도 지급될지 알아야 직원들도 계획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구시대적인 제도다. EVA라는 알기 어려운 기준으로 자본이익을 다 챙기고 남아야 (성과급을) 준다"고 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위원장은 "직원들은 회사가 얼마나 이익을 내든 그 중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몫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 때문에 불만을 토로한다. 성과급 제도가 예측 불가능하니 '회사가 주고 싶은 만큼만 준다'는 불신만 깊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내 게시판에는 일한 만큼 보상을 달라는 아우성이 도배되고 있으며 노조 가입률은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은 단순히 분노만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3일부터 전국 사업장에서 홍보 트럭 운행, 현수막 게시, 벽보 부착 등 다각적 사내 활동을 하며 뜻을 모으고 있다"며 " 또한 사측에 공문을 보내 성과급 제도 개선을 정식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미온적 태도와 무책임한 침묵 뿐"이라고 했다.
또"회사 임원들은 고액의 성과급을 받았고 이재용 회장의 재산은 상반기에만 4조 7000천억원이 증가했다. 회사의 이익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창출된 것이니 그 이익이 마땅히 노동자들에게도 투명하고 정당히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조 최재영 위원장은 "같은 성과를 내고 노동자들은 언제나 OPI 지급에서 배제되어 왔다"며 "삼성이 노동자를 분리하고 차별하는 행태는 과거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금속노련 박용락 사무처장은 "삼성의 성장과 이익은 노동자와 함께 만들어낸 결실이며 그 성과가 정당하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삼성의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깜깜이, 차별, 상한제라는 불공정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삼성이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발혔다.
이어 "과거의 불투명한 불공정, 불합리한 제도를 계속 붙잡을 것인지 아니며 노동자를 존중하고 성과를 함께 나누는 투명하고 공정한 합리적인 일자리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며 노동자의 권리를 억눌러 왔다. 이제는 삼성 안에 당당히 세워진 노동조합이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 단결된 투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삼성생명노동조합·삼성화재노동조합·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삼성에스원참여노동조합·삼성이앤에이노동조합·삼성생명서비스노동조합·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노동조합·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전국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삼성SDI울산노동조합 등 13개 노동조합이 소속돼 있다.
총 조합원 규모는 약 3만여 명이다. 삼성그룹 국내 직원 수 약 28만5천명(2024년 기준)의 1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