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배터리 화재, 정부 업무 시스템 40% '먹통'..위기 경보 '심각'

서버 차단으로 국정자원 1600개 정보시스템중 647개 서비스 중단 정부 전 부처 통합 전산망,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등 마비 배터리 열폭주 위험, 서버 보호 등 으로 화재 10시간만에 초진 진화 시설 노후화에 클라우드 이중화 안돼 '카카오 먹통' 사태 재연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 시설 관리는 KT

2025-09-27     김지훈 기자
2025년 9월 26일 저녁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시스템 오류 문자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포쓰저널] 정부의 핵심 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전산실에서 26일 저녁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 정부 업무 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 전 부처의 문서 작성, 결재 등 업무를 통합해 운영하는 전산망(온나라 시스템)도 먹통이 되며 주말 출근한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화재의 영향으로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됐고,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서버의)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국정자원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국정자원 제7전산실에서 항온항습 장치가 꺼졌고, 열기로 인해 서버 등 장비가 가열될 것이 우려되자 전체 서버 등의 전원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온라인 민원 서비스 70여 개가 즉시 중단됐고, 각 부처의 내부 전산망과 홈페이지 접속도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 업무서비스 시스템은 화재가 난 대전 본원 647개 시스템 등  분원 개념인 광주·대구센터를 합쳐 모두 1600개 정보시스템이 있다. 

정부 업무서비스 약 40%가 마비된 셈이다.

대국민 서비스와 직결된 우정사업본부는 인터넷 우체국을 통한 우편·금융 서비스가 마비돼 이날 배달 예정인 우편물을 오프라인 체계를 통해 처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전국 우편물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차관은 "민원 처리가 지연돼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도록 유관기관에 안내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8시 재난문자를 발송, 국민신문고 등 주요 정부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는 것과 관공서 방문 전 서비스 가능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안내했다.

구체적인 정부서비스 장애 상황과 대체사이트는 네이버 공지를 통해서도 안내한다.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행정안전부는 대응 체계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확대 전환하고 “대국민 파급 효과가 큰 우체국 금융·우편 서비스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데이터 보존 여부와 서버 손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측은 “서버는 모두 전원이 내려간 상태이며, 고온 노출로 상당수가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백업 데이터가 있는 만큼 긴급 장비 조달을 통해 복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순방을 마치고 귀국 직후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대응 매뉴얼에 따라 각 부처별 조치를 지시했으며, 대국민 서비스 이상 여부, 데이터 손상과 백업 상황까지 직접 점검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국정자원의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발생하며 일어났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는 전산 시스템에 단절 없이 전기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장치로 알려져 있다.

26일 오후 8시 20분께 대전시 유성구 반석동에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배터리 이전 작업 중 폭발로 인해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26일 20시 20분 화재 신고 접수 후 인원 199명 장비 64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산실 특성상 서버 보호를 위해 다량의 물을 사용할 수 없었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위험성 때문에 대량 방수 대신 소량 분무와 배연 작업 위주로 대응했다. 

이로 인해 진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소방은 27일 오전 6시 30분께 큰 불길을 잡았으나, 오전 8시 40분께 일부 배터리팩에서 재발화가 발생해 추가 진화에 나섰다.

현재도 소방 인력이 배치돼 내부 열기와 연기를 외부로 배출하며 화재 잔불을 감시하는 중이다.

이번 화재로 전산실 내 배터리팩 384개가 전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배터리와 서버 간 간격이 60㎝에 불과해 작업에 제약이 컸으며, 중앙 통로 역시 1.2m 정도로 협소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화재는 충분히 예견된 사태로 국가 전산망 안전 관리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시스템 마비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환경의 이중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태가 커진 것으로 지적된다.

3년 전 카카오통 사태 당시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 관리 도구가 이중화되지 않아 대규모 장애가 벌어졌던 문제가 '행정부 버전'으로 되풀이된 셈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으로 불이 난 대전 본원 외에도 광주와 대구, 공주에 센터를 두고 있다.

2005년 정부통합전산센터로 출범했고, 정부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기관 역할과 중요성이 커져 왔다.

국정자원은 2023년 11월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상태 당시에도 전산 관리에 문제를 드러내며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발생한 화재에 국가 전산망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정부의 안전관리에 다시 빨간 등이 켜졌다.

국정자원은 서버의 재난복구 환경은 갖춰져 있지만 클라우드 재난복구 환경은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규모 클라우드 운영체계이다 보니 똑같은 환경을 갖춘 '쌍둥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지역적으로 떨어진 곳에 갖춰놓고 화재 등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같은 기능을 맡도록 하는 서비스 이중화(백업) 체계가 안돼 있었다는 것이다.

전날 화재가 난 전산실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자체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인 'G-클라우드 존'에 해당한다.

이 구역의 재난복구(DR·Disaster recovery) 시스템은 서버 DR과 클라우드 DR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환경이다.

재난복구 시스템이 서버 DR로 절반 정도만 갖춰져 있다 보니 이번 화재로 정부 시스템 다운이라는 속수무책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공주 센터와 클라우드 이중화하는 작업이 계획됐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진척이 늦어졌다는 것이 클라우드 업계 전언이다.

2005년 설립된 대전 본원은 건축 연원 20년 이상에 노후화 문제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이번에도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제조업체에 대한 책임론은 물론, 관련 안전 규정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앞서 2022년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빚은 경기도 성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도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자원 전살실 관리는 KT가 한다. 배터리 제조사는 LG에너지 솔루션이다. 배터리 이전 작업 중 화재로 1도 화상을 입은 직원(40대, 남)은 외주 업체 소속 소속이다.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터넷 우체국 등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27일 서울 서대문우체국 우체국365 ATM에 '장애 발생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5.9.27/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