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94조원 선불' 겁박에..코스피 급락, 환율 급등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26일 코스피지수가 2% 넘게 급락해 9거래일 만에 3400선을 내주며 85포인트 넘게 빠졌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관세 불확실성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동반 매도로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도 1410원대로 급등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값은 급격히 상승하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3386.05로 전장 대비 2.45%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10억원과 4889억원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만 1조975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도 2.03% 떨어진 835.19에 장을 마쳤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큰 폭으로 개선되자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고 한미 관세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진 것이 국내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됐다.

원화 약세 현상도 가중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8분 현재 1413.40원에 거래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1410원을 넘어선 건 5월15일 장중 1412.85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미국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2분기 미국의 GDP 증가율 확정치가 3.8%(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3.3%)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으로  2023년 3분기(4.7%)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0월 추가 미국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수요일 91%에서 85%로, 12월까지 기준금리 2회 인하 확률은 수요일 73%에서 60%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면서 한국 국고채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후 3시24분 기준 2.595%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마감 금리인 2.530%에서 6.5bp(1bp=0.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시간 국고5년물 금리도 2.759%로 전 거래일 2.675%에서 8.4bp 상승했고 국고10년물 금리는 2.974%로 전 거래일 2.885%에서 8.9bp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금의 성격을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현금 지급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외환시장에 충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미 투자액인 3500억달러(약 494조원)를 '선불(up front)로 내야한다'고 밝혔다. 

3500억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4162억달러)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당시의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

박성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3500억달러 보다) 더 많은 대미투자금을 한국 정부에 요구 중이란 외신 보도도 나왔다"며 "관세 협상 불확성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를 기록 중이고, 원화 약세가 외국인 수급 이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약, 트럭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소식에 하락 출발했다. 여기에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면서 달러 강세가 심화했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협상'에 대한 의구심과 추가 협상 진전 미진이 원화 약세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주식시장 자금 이탈 야기할 동력이 되고 있다"며 "10월 3일부터 시작되는 장기 연휴 리스크 오프(Risk-off, 위험회피)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증가하면서 금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현물시장에서 금 99.99_1Kg(금1g)은 17만9800원으로 전장 대비 1.30% 상승 마감했다.

금현물은 이달 들어서만 14.63%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