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 LG엔솔 330명 입국..시민단체 "트럼프 규탄" 시위도
美 상무장관 “적법한 근로 비자 받아야”…과잉단속 논란 지속
[포쓰저널] 미국 이민당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조지아주에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오후 귀국했다.
현지 단속 과정에서 적법한 비자를 소지한 한국인까지 구금됐던 사실이 알려지며 미국 측의 과잉 단속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11일 오전 11시 12분(현지시간)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은 12일 오후 3시 31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세기에는 한국인 근로자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 등 총 330명이 탑승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중국·일본·인도네시아 국적자다.
이들은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단속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지에 수감됐다가 8일 만에 풀려났다.
이 전세기에는 사태 수습을 위해 현지에 급파된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의료진 등 21명도 함께 탑승해 귀국 인원은 총 351명이다.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입국 절차를 마치고 가족과 상봉했다.
ICE는 단속 당시 체포된 475명 중 상당수가 무비자(ESTA) 입국자이거나 B-1(단기 상용) 비자 소지자임에도 체류 목적에 맞지 않게 근로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구금됐던 한국인 중 최소 1명은 유효한 B-1/B-2 비자를 갖고 있었고 미 당국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근로자는 현대차-LG엔솔 협력사 SFA 소속으로 공장 현장에서 근무 중이었으며, ICE 요원은 문건에 “비자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결국 자진 출국에 동의했다”고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아주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합법 비자 소지자를 구금한 것은 불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 집행 과정에서 실적을 우선시한 나머지 개별 불법성 판단 없이 무차별적 체포가 이뤄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사태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주애틀랜타총영사관 인력을 구금시설에 파견해 한국인 면담 및 석방 협의를 진행했다.
석방 교섭이 진전되면서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애틀랜타로 향했고, 당초 예정됐던 11일 오전 출발 일정은 도널두 트럼프 대통령의 잔류 요청과 처우 논의로 하루가량 연기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귀국한 근로자들이 향후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히 협의·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현대가 공장을 짓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근로자들에게 적합한 근로 비자를 받아줘야 한다”며 “일부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공장에서 일했다”고 지적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에 ‘제대로 된 비자를 받으라, 문제가 있으면 국토안보부 장관과 협의해 돕겠다’고 말했다”며 “더 이상 규정을 우회하는 방식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금자 중 일부가 애초부터 합법 비자를 보유했던 정황이 확인되면서, 미 당국의 성급한 단속과 과잉 집행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