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Medi] "원격 진료, OECD 중 韓만 법제화 안돼..책임 규정 시급"
국회 '국민 삶의 질 회복 국내 비대면 진료 활용 가능성' 토론회 "원격 모니터링 기술, 개인정보 및 데이터 표준화 문제 해결돼야" "약 원격 배송 실현, 데이터·약물 투명성 확보 및 지침 마련 시급"
[포쓰저널=신은주 기자] 규제와 책임 공백을 넘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해 현실화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2일 국회 K-헬스케어·웰다잉포럼(공동대표 김성원·송기헌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 삶의 질 회복을 위한 국내 비대면 진료 활용' 토론회에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필요성이 크게 부각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법제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공유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후원으로 열린 토론회에는 의료계, 학계, 산업계, 국회의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했다.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발전된 기술에 비해 법과 제도가 뒤처져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 단계적 법제화, 데이터 표준화, 안전성 검증,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지적됐다.
심기준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환자와 의료진이 시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응급 수단을 넘어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 의료 데이터 표준화, 보안 문제, 계층 간 접근성 격차가 여전히 크다”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지만 의료의 공공성과 신뢰, 환자의 안전이라는 핵심 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라며 "기술적 진보로만 바라볼 것이 아닌 제도·기술·환자요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지에 초점을 맞춰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부처 간 이견을 거론하며 “비대면 진료 문제는 보건복지부, 산업부, 개인정보보호위 등 각 부처 논리가 충돌하는 전형적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이를 풀 수 있는 건 국회밖에 없다”며 “여야가 힘을 모아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곽환희 변호사(법무법인 오른하늘)는 한국 비대면 진료의 법적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만이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는 특별법으로 예외적으로 허용됐지만 지금은 시범사업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산업 생태계와 환자 모두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법적 공백 속에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며 “민법이 아닌 특별법 차원에서 원격 진료의 책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과제가 지적됐다. 곽 변호사는 “웨어러블 기기와 원격 모니터링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개인정보 전송권과 데이터 표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제 서비스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AI(인공지능) 활용 역시 의료법상 진단 행위 제한과 맞물려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준영 차의과학대학 교수는 지난 4년간의 시범사업 성과를 공유했다. “2020년부터 2만3000여 개 의료기관과 392만 여명의 환자가 참여했고, 특히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서 효과가 확인됐다”며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의 처방 지속성이 대면 환자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환자 만족도는 90%에 육박하는 반면, 의사와 약사의 만족도는 각각 2.8점, 2.6점으로 낮았다”며 “이 간극을 해소하는 것이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장점과 한계가 교차됐다. 두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편리성과 접근성은 분명 장점이지만, 초진 허용 여부, 오진 가능성, 법적 리스크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특히 약 배송 문제는 환자들이 꼽는 가장 큰 불만 요인”이라고 밝혔다.
곽 변호사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 취약지와 야간·휴일 공백 해소에 유용하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안전한 실증을 거쳐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와 관련해 “강원도는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로 지정된 만큼, 지역 맞춤형 모델을 시범 도입하기 적합하다”며 “데이터와 약물 투명성 확보, 환자 안전성 강화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