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Eco] "먹거리 유통산업 탄소감축, 英 코톨트 같은 사회적 협약 필요"
'먹거리 유통산업 탄소감축과 에너지 전환' 국회 토론회
[포쓰저널=장성열 기자] 기후위기로 인한 먹거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농축산물 생산 단계뿐 아니라 유통·가공·소비 전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특히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등 먹거리 유통 산업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음에도 제도적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기업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고 환경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는 현 상황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선 정부·산업·시민이 함께하는 사회적 협약인 영국의 '코톨드 협약'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29일 국회에서 먹거리 기후정의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명지대학교 먹거리 기후정의 연구팀, 박지혜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먹거리유통산업 탄소감축과 에너지 전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기업의 책임 강화와 정부공개 의무를 촉구했다.
토론회에선 '왜 먹거리 기후 정의인가?'라는 주제로 김신효정 명지대학교 교수, 이효희 경기지속가능성연구소 소장,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 허남혁 삶전환 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맡았다.
김신효정 교수는 "먹거리 기후정의는 '얼마나 줄였는가?' 하는 탄소 배출량의 기술적 목표를 넘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부담과 혜택을 나누는가 하는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지에 관한 규범이자 실천 목표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분배-절차-인정-세대간-역량으로 이어지는 5정의를 언급하며 "한국의 특징은 이커머스 통한 식품구매이기 때문에 탄소 감축이나 에너지 감축 문제는 큰 숙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먹거리 기후정의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출범해야 한다"며 "다원적 주체의 참여가 필요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과 소비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먹거리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거버넌스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또 "민관자발 협약과 데이터 공개, 기업의 개선 조치 표준화·의무화, 정책 개선 및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효희 소장과 송원규 정책실장은 유통산업이 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의 규제에서 제외되고, 대형마트 역시 실제로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리에서 벗어나 있는 현실을 가장 심각한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 소장은 "국내 3대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전력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이 LG전자·기아자동차보다 많다"며 "유통산업 전체 배출량 중 절반 이상을 대형마트 3사가 차지한다"고 밝혔다.
"해외 대형 먹거리 유통기업은 RE100(재생에너지100%) 선언, 넷제로 로드맵, 친환경 냉매로의 전환, 스마트 물류 등을 토해 탈탄소화, 탄소중립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반면에 한국 유통사는 탄소중립·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선 영국의 '코톨드 협약'처럼 정부·산업·시민이 함께하는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허남혁 소장은 영국 정부의 지원 아래 운영돼 온 자발적 민관 협약인 '코톨드 협약'이 최근 '영국 음식료 협약'(UK Food and Drink Pact)으로 변화된 과정과 성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주요 식품유통기업이 법적 제도적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구조적 부정의 문제가 있다"며 '코톨드 협약'을 언급했다.
'코톨드 협약'은 영국에서 2005년 체결됐다. 식품유통 및 제조산업계의 자발적 협력을 기대하는 틀로 유통·제조·소매유통업체등이 집단적으로 식품 및 포장 폐기물 문제를 다루도록 유도하는 협약이다.
탄소배출 저감, 물사용 저감, 폐기물 저감의 3대 축으로 2030년까지 영국에서 소비되는 음식료 관련 온실가스의 50%를 감축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음식물쓰레기 감축이 아니라 먹거리체계 전환을 위한 국가적 협정으로 발전하고 탄소 감축, 수자원 관리 등 지속가능 식품 시스템까지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최근 '영국 음식료 협약'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허 소장은 "2022년 영국 정부의 먹거리 전략계획 수립에서 정부가 식품분야 대기업들에게 데이터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14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며 "영국의 사례는 먹거리 분야의 중요성과 먹거리 소매유통 단계 실천의 중요성, 기업만의 독자적 노력 뿐 아니라 집단적 실천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그것이 어렵다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시도가 가능하다고"도 언급했다.
발제 이후에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김현정 경기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실행위원장, 이정필 에너지기후연구소 소장,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참여했다.
토론회 2부에서 5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먹거리 기후정의 시민사회 네트워크' 출범식이 진행됐다. 라운드테이블에는 김진호 지역재단 정책연구팀장, 조선행 GCN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장,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부회장이 패널로 참여해 네트워크의 구체적인 활동 방향과 전략을 논의했다.
네트워크는 향후 대형마트와 쿠팡 등 먹거리 유통기업의 에너지 전환 및 탄소감축 행동을 촉구하고 소비자 인식 개선, 정책 대안 마련 등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