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조용하지만 짜릿하다"…아이오닉 6, 전기 세단의 반전 매력

2025-08-29     김지훈 기자
2025년 8월 28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경기도 양주 인근 카페까지 약 35km 구간 '더 뉴 아이오닉 6'를 시승했다./사진=김지훈 기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전기차 시장이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세단 라인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3년 만에 돌아온 ‘더 뉴 아이오닉 6’는 단순히 상품성을 개선한 수준을 넘어 전동화 세단의 가능성을 다시 증명하는 모델이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배터리, 주행 성능, 디자인, 공력 성능까지 사실상 전 영역에 걸쳐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풀체인지급 변화’라고 해도 손색없다.

'더 뉴 아이오닉 6' 후면부./사진=김지훈 기자

◇ "유려함과 날렵함의 조화"…공력 성능과 디자인 동시에 잡았다

28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만난 아이오닉 6의 첫인상은 ‘유려함’이다. 전작의 고유 유선형 실루엣을 계승하면서도 세련된 샤크노즈 스타일의 전면부와 덕테일 스포일러가 강조된 후면부는 ‘날렵하게 뻗어나가는 차체’를 완성했다.

기존 돌출형 스포일러 대신 매끄럽게 연결된 덕테일 라인이 공기 흐름을 타고 이어지는 모습에서 디자인과 공력 성능을 동시에 잡으려는 현대차의 의도가 비쳐졌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Cd)는 0.21, 현대차 연구원은 0.206까지 낮췄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산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실내는 ‘나만의 안식처(Mindful Cocoon)’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센터 콘솔은 레이아웃이 재구성돼 직관적이고, 도어 트림에는 신소재가 적용돼 시각적 고급감과 촉각 만족도를 동시에 높였다. 공조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확대돼 가독성이 좋아졌다. 수평적으로 펼쳐진 대시보드는 개방감을 주며,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완성한다.

여기에 현대차 최초로 공조 컨트롤러 착좌 감지 기능이 도입됐다. 운전석에만 착석했을 경우 그 좌석에만 냉난방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실제 시승에서도 체감 효율이 뚜렷했다.

'더 뉴 아이오닉 6'./사진=현대차

◇ 정숙함 속 폭발적 주행과 안정적 코너링..'운전하는 재미' 극대화

시승 코스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경기도 양주 인근 카페까지 고속도로·도심·와인딩 등 약 80㎞ 구간으로 구성됐다.

실제 시승에서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전기차가 주는 정숙성과 안락함 속에서도 아이오닉 6는 코너링과 가속에서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감각을 선사했다.

차체가 낮게 깔려 있어 묵직하게 노면을 누르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가 붕 뜨는 기색이 없었다.

코너에 진입할 때 이 장점이 극대화됐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차체가 기울거나 밀리는 느낌 없었고, 스티어링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과도하지 않아, 와인딩 구간에서도 차를 다루는 맛이 있었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전기 모터의 폭발적인 힘이 시트를 타고 전해졌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1초로 알려졌지만, 수치 이상으로 민첩하게 체감됐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 반응’이지만, 지나침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힘이 인상적이었다.

도심 구간에서는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스무스 모드’가 진가를 발휘했다. 일반 전기차 주행에서 흔히 동승자가 멀미를 호소하는 이유는 급가속·급감속 때문이다. 모터 출력의 차속별 토크를 조정해 초기 발진 가속감을 완화해 멀미감을 줄였다. 때문에 기존 전기차보다 훨씬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NVH(소음·진동·불쾌한 떨림) 성능도 개선됐다. 후륜 모터 주변 흡차음재 확대, 최적화된 흡음 타이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까지 적용돼 고속도로에서도 실내 대화가 방해받지 않을 만큼 정숙했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차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세단의 안락함에 전기차의 정숙성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더 뉴 아이오닉 6' 측면./사진=현대차

◇ 전기 세단의 부활, 아이오닉 6…주행거리·효율·즐거움 모두 잡았다

4세대 배터리가 적용된 아이오닉 6는 국내 전기차 중 최장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62㎞로 기존 모델(524㎞) 대비 38㎞ 늘어났다. 스탠다드 모델 역시 주행 가능 거리가 437㎞로 증가했다.

실제 시승에서 기록한 전비는 5.8㎞/kWh로, 공인 수치(롱레인지 AWD, 20인치 기준, 복합 4.8㎞/kWh, 도심 5.0㎞/kWh, 고속도로 4.5㎞/kWh)를 웃돌았다. 차가 막히는 구간이 많았던 환경이었음을 고려하면, 배터리 효율이 상당히 개선됐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시승 차량은 롱레인지 AWD, 프레스티지 모델로, 풀옵션 기준 실구매 가격은 약 5660만원(세제혜택 및 보조금 포함)이다.

이는 6000~7000만원대의 테슬라 모델 3, BMW i4, 폴스타 2 등 동급 수입 전기 세단과 비교할 때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 특히 보조금 지급액에서 국산차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을 감안하면, ‘효율적인 전기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아이오닉 6는 이상적인 선택지다.

단순히 합리적인 가격이나, 긴 주행거리 때문이 아니라, ‘운전하는 재미’까지 갖춘 전기 세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이오닉 6는 SUV 일색의 전동화 흐름 속에서 세단의 존재감을 되살릴 카드다.

'더 뉴 아이오닉 6' 실내./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