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Eco] "탄소중립 시대, 배터리산업은 에너지전환 핵심 인프라"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국회 토론회 송준호 "ESS는 안정적 전력망 구성하는 핵심 수단" 김선애 "배터리 산업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성패 갈라"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역할이 커지고 있는 배터리 산업을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으로 자리잡도록 정책 역량을 제고해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국회의원 주최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배터리 산업이 갖는 전략적 역할을 조명하는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탄소중립 시대 배터리 산업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에서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을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 ▲전기차·미래 모빌리티와 연계된 수요 성장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저탄소·친환경 생산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 배터리 산업, 전기차 넘어 ESS·미래 모빌리티로 탄소 감축 기여해야
‘배터리 산업의 현황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술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송준호 배터리 산업지원센터장은 “배터리는 전기차를 넘어 ESS, 선박, 항공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2030년까지 이어지겠지만, 중국과의 경쟁으로 수익률이 낮고 레드오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고 수익률이 뛰어난 ESS, 선박, 항공 등 미래 수요 산업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ES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센터장은 “ESS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흡수하고 안정적 전력망을 구성하는 핵심 수단으로, 탄소중립 달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미래 수요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전(全)주기에서 친환경 배터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해야만, 친환경 배터리 사용으로 인한 탄소 감축 효과가 의미 있게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식 전극 공정은 기존 습식전극 제조과정 대비 에너지 사용량과 공간 투자를 줄이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어, 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재활용 체계를 강화해 사용 후 배터리의 자원을 회수·재활용하면, 전주기 탄소 배출 최소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는 2050년 이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직면할 지속가능성 요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배터리 산업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기 선박과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은 높은 성능과 안전성을 요구하지만, 단위 부피당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이 적은 배터리를 활용하면 기존 화석연료 기반 운송 대비 탄소 감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송 센터장은 “배터리는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을 넘어,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실현하는 전략적 자산”이라며 “배터리 산업이 고성능과 친환경을 동시에 달성할 때,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배터리 산업, 지속 가능하게 설계해야 탄소중립 성공
김선애 국민대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 교수는 배터리 산업이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의 환경 정의로부터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 책임에 따른 비용과 이익의 분배 등 포괄적 원칙으로서 '기후 정의'를 도출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개념이다.
배터리 산업을 단순한 수출 주력 산업이 아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단기적으로 재교육·보조금 같은 사후 지원에 머물지 말고, 장기적 로드맵을 통해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병행해야 한다”며 “배터리 산업이야말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표적 모델”이라고 했다.
또 “배터리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고 에너지 전환을 견인하는 필수 기술”이라며 “한국이 배터리 강국이라는 점에서 이 산업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설계하느냐가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는 7조3천억원 규모의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JTM)’을 가동해 지역 격차 해소와 신산업 투자에 나섰으며, 미국도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쓰지는 않지만, ‘Justice40 Initiative’ 등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과 신산업 고용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특별법 제정 논의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제도적 논의가 초기 단계이지만,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사전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탄소중립 시대, 배터리 산업이 선도하는 정의로운 전환"
이어진 토론에서는 배터리 산업의 탄소 저감 전략과 정의로운 전환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동호 산업통산자원부 배터리전기전자과 사무관은 배터리 산업의 탄소 감축 전략을 제조, 적용, 재활용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정 사무관은 제조 단계와 관련해 “배터리 셀 1kWh를 생산하는 데 전력 30~60kWh, 용수 50L가 들어간다“며 “R&D(연구개발) 지원과 전국 실증 인프라를 통해 제조 과정에서의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적용 단계에서는 ESS 설치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정 사무관은 “배터리 자체만으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확대가 병행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재활용 단계에서는 “2030년 기준 연간 약 10만7000개의 사용 후 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며 “재생 원료 인증제 도입, 안전 관리 체계 강화, 통합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배터리 순환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경제성이 낮아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용 LG에너지솔루션 지속가능협력팀장은 배터리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과 국제 규제 대응을 연결해 설명했다.
이 팀장은 “배터리 산업은 단순히 탄소 저감 수단이 아닌 공급망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과 환경 문제까지 관리해야 하는 산업적 숙명”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과 재무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뿐 아니라 브랜드 평판과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ESG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임현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과장은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지역, 업종,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비용과 편익이 공정하게 분배돼야 정책 수용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학회의 역할을 통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학회는 연구자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과 산업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목표”라며 “배터리 산업은 저탄소 사회 전환 수단이지만, 제조·사용·재활용 전 과정에서 LCA(환경영향평가) 관점의 관리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