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패밀리카·물류·캠핑까지..'이동형 라이프 플랫폼'의 미래 기아 PV5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기아의 첫 전동화 전용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PV5는 기존 상용차와는 확실히 다른 존재감을 풍겼다.
PV5는 기아가 ‘고객 참여형 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개발 과정에서 무려 1000여 개의 사용자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실제 고객·기업·지자체까지 참여시켜 검증했다.
덕분에 단순히 ‘넓다, 편하다, 저렴하다’ 수준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적재고 높이’, ‘회전 반경’, ‘확장성’, ‘실용적 설계’까지 세세하게 다듬어졌다.
◇ 미래지향적 전면부, 모듈형 후방..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플랫폼
1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아직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PV5를 처음 만났다.
정면에서 마주한 PV5는 히든 타입 LED 헤드램프와 단순화된 전면부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튼튼한 산업용 장비를 연상케 했다.
짧고 각진 오버행(차끝에서 바퀴중심까지 거리), 긴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로 넉넉하고 다부진 차체 비율은 ‘짐을 싣고, 사람을 태우며,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최적화됐다’는 인식을 줬다.
측면을 보면 전통적인 미니밴과 닮았지만, 뒷부분의 모듈형 바디 라인은 레고 블록처럼 깔끔하게 조립돼 있었다.
이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성과다. 기아는 전면부를 제외한 후방 구조가 모듈 단위로 설계돼 다양한 바디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첫인상만으로도 PV5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상황과 목적에 맞춰 변신하는 플랫폼임을 알 수 있었다.
◇ 안정적 주행감과 넓은 활용성, 좁은 골목도 거뜬
시승 코스는 일산 킨텍스에서 영종도 인근 카페까지 왕복 약 80㎞ 구간이었다.
출발지에서 기착지까지는 PV5 카코 롱 모델을, 기착지부터 도착지까지는 PV5 패신저 모델을 시승했다.
전기차 특유 즉각적인 반응과 부드러운 가속은 만족스러웠다. 출력은 강력하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화물 적재나 다인승 운행을 고려한 ‘실용적 세팅’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정도였다. 저속에서는 나름 날렵하고, 고속에서는 안정적으로 힘을 유지했다.
차체가 크지만 회전 반경은 5.5m에 불과해 커브 주행과 비좁은 주택가 골목에서도 부담이 없었다.
공차 상태로 시승했기 때문에 중량물을 가득 싣고 주행했을 때의 승차감이나 주행 성능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없었지만, 더블위시본 전륜 서스펜션과 후륜 CTBA(Coupled Tortion Beam Axle) 결합으로 승차감이 다소 딱딱한 편에 속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몸으로 전달되는 충격도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와 비교하면 거칠게 느껴졌다.
또 시승한 카고 모델에는 후방 시야 확보를 위한 디지털 룸미러가 적용되지 않았고, 전동시트 역시 빠져 있었다.
현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묻자, 기아 관계자는 “고객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향후 개선 및 추가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장 의견을 즉시 반영하려는 태도에서 기아의 PV5 개발 철학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 419㎜ 적재고·1520㎜ 실내고, ‘사람과 짐’ 모두 고려한 설계
PV5의 진짜 매력은 주행보다도 ‘활용성’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적재 편의성이다.
카고 모델 기준으로 후면 적재고가 불과 419㎜에 불과하다. 이는 성인 남성이 무릎을 크게 굽히지 않고도 손쉽게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는 높이다.
물류 기사들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반복하는 상·하차 과정에서 체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대형 화물센터의 작업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는 스펙이다.
실내 역시 넉넉하다. 카고 롱 모델의 실내고는 1520㎜로, 성인 남성이 허리를 거의 굽히지 않고도 작업할 수 있다.
패신저 모델 또한 공간성이 돋보인다. 준중형급 전장에도 불구하고 성인 3명이 여유롭게 앉을 수 있었다. 2열 슬라이딩 도어의 스텝고는 399㎜, 열림 폭은 775㎜로 설계돼 노약자, 어린이, 휠체어 이용자 모두 쉽게 승·하차할 수 있다.
또 단순히 넉넉한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쓰임새 있게 설계됐다’고 느껴졌다.
러기지 평탄화 데크(차박 특화)와 카고룸 평탄화 플로어(팔레트 적재), 멀티 수납 공간(USB 단자, 대용량 트레이 등) 등 곳곳에 디테일이 배치됐다.
이는 PV5가 단순한 화물·승객 수송을 넘어 캠핑부터 이동식 작업 공간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충전 편의성도 돋보인다. 롱레인지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카고 377㎞, 패신저 358㎞로, 도심 사업용 차량 1일 주행 거리의 두 배 이상을 커버한다. 급속 충전 시 10→80%까지 약 30분이면 완료된다.
시승에서 확인한 전비도 만족스러웠다. 다소 차가 막히는 시간대에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주행하면서 기록한 전비는 평균 5.3㎞/kWh 내외로, 공인 수치(패신저 기준, 복합 4.5㎞/kWh, 도심 5.1㎞/kWh)를 웃돌았다.
◇ 4천만원대 합리적 가격..PV5가 바꿀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
전시와 시승을 통해 느낀 PV5의 강점은 단순히 ‘넓고 편하다’는 차원의 경험을 넘어섰다. 패밀리카로는 안락함을, 물류 현장에선 실용성을, 캠핑에서는 개방감을 제공하는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 활용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다소 아쉬운 주행 성능과 승차감은 구매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지만, 풀옵션 기준 패신저 모델 5077만원, 카고 롱 모델 4470만원이라는 가격은 합리적이다.
실제 사용 경험과 공간 활용성, 충전 효율, 가격을 고려하면 PV5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이동형 라이프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으로서 PV5가 앞으로 PBV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