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혁신 나선 K-배터리.."가성비로 중국 잡는다"

LG엔솔, GM과 합작으로 북미 LFP 양산 확대 SK온, 엘앤에프와 MOU…ESS용 LFP 라인 구축 삼성SDI, 울산에 LFP 라인 구축..내년 양산 추진

2025-07-16     김지훈 기자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구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잇따라 꺼내 들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NCM) 중심인 K-3사는 당초 LFP의 경쟁력을 무시했으나 닝더스다이(CATL) 등 중국업체들이 LFP로 약진하면서 뒤늦게 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중국산을 제치고 저가 배터리 시장에서도 다시 승기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LG엔솔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을 업그레이드해 저비용 LFP 배터리 셀 생산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2021년 발표된 23억 달러(약 3조원) 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연말부터 기존 생산 라인 일부를 LFP 전용으로 전환하고 2027년 말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커트 켈티 GM 부사장은 “EV 고객에게 주행거리, 성능, 그리고 경제성을 모두 갖춘 최적의 조합을 제공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을 혁신하고 있다”며 “스프링힐의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국 내 저비용 LFP 셀 기술 생산을 확대해 고니켈 및 향후 리튬-망간 고함량 솔루션을 보완하고 성장하는 EV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각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엔솔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고급형에서 실속형으로 확대되는 흐름에 발맞춰 LFP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가격 합리화’를 요구하는 완성차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다변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서원준 LG엔솔 부사장은 "이번 업그레이드는 GM과의 파트너십 강화와 전기차 배터리 혁신을 향한 공동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제조 분야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합작법인에 접목해 전기차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하는 새로운 화학물질과 폼팩터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과 삼성SDI도 LFP 카드 준비에 나섰다.

SK온은 북미 시장에서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생산 거점과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에는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엘엔에프와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향후 기존 생산라인을 전환해 ESS에 특화된 LFP 배터리 생산 체제를 신속히 갖춘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포트폴리오 확장을 목표로 울산 마더라인에 ESS용 LFP 배터리 설비를 구축 중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글로벌 공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27년엔 전기차용 LFP 배터리도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5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1조6549억원 중 4000억원을 유럽 헝가리 공장 각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에 투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그동안 주력해온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벗어나 LFP 배터리 도입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최근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의 성장 둔화라는 불가피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함량이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원재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성능이 개선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속속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4월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LFP 양극재 적재량은 377만4000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78.2% 급증했다.

전체 양극재 적재량(671만8000톤) 중 LFP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에 달해 과반을 넘어섰으며, 시장 내 영향력을 강화했다.

이러한 성장은 중국이 주도한 공급망 독점 구조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기차용 LFP 양극재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도 17.4%로, 전년동기 대비 4.5%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은 37.5%에서 38.1%로 증가해 1위를 지켰다. BYD도 2%포인트 상승한 17.4%로 2위를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LFP는 한때 중국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에게도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며 “기존 고성능 배터리와 LFP를 함께 갖춘 포트폴리오만이 치열한 가격 경쟁과 원자재 리스크를 동시에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지 생산 확대, 공급망 다변화,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등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며, 향후 시장 경쟁력은 정책 적응력과 공급망 설계 능력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