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 숙련 개발자 작업시간 오히려 증가시켜"

METR "AI 모델의 제안을 수정하는데 시간 소비돼 속도 저하"

2025-07-11     강민혁 기자
인공지능(AI) ./2024.2.19. /사진=로이터연합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최첨단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숙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작업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늦춘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연구 비영리단체 METR(Model Evaluation & Threat Research)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Measuring the Impact of Early-2025 AI on Experienced Open-Source Developer Productivity'(2025년 초 인공지능이 숙련된 오픈소스 개발자의 생산성에 미친 영향 측정) 연구결과 보고서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코드로 작업할 때 (AI가 작업 속도를 오히려 늦추는 것이) 특히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ETR는 올해 초 숙련된 개발자들이 인기 있는 AI 코딩 보조 도구인 '커서'(Cursor)를 사용해 자신이 익숙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심층 연구했다.

연구에 앞서 이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AI 사용이 작업속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작업 완료 시간이 24%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 AI를 사용해 과제를 완료한 후에도 그들은 20% 작업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반대였다. AI 사용으로 작업 시간이 오히려 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 저자인 조엘 베커와 네이트 러시는 이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는 연구 시작 전에 "당연하게도 2배 속도 향상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AI가 고급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일반적인 믿음에 도전장을 내민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 같은 믿음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돕는 AI 제품에 막대한 투자가 몰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AI가 초급 개발자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Anthropic)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액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5년 내에 초급 화이트칼라 직무의 절반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 문헌에서는 AI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결과가 많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연구에서는 AI가 개발자의 속도를 56% 향상시켰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개발자가 같은 시간 동안 26%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METR 연구는 이런 성과가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형 오픈소스 코드베이스에 익숙한 숙련 개발자들의 경우 작업 속도가 오히려 느려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 저자들은 기존의 다른 연구들이 종종 현실의 개발 과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벤치마크에 의존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속도 저하의 주요 원인은 AI가 제시한 코드 제안들을 개발자들이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베커는 "우리가 (참여자의 작업) 영상을 살펴보니 AI가 방향성은 맞지만 정확히 필요한 것은 아닌 제안들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연구 저자들은 "이번 속도 저하 현상이 신입 개발자나 익숙하지 않은 코드베이스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과에도 참여자 대부분과 연구자들 모두 지금도 '커서'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연구 저자들은 "(커서를 사용하는 이유는) AI가 개발 과정을 보다 쉽게 만들어주고 결과적으로 개발 경험을 더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라며 "이는 백지에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초안을 편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베커는 "개발자들은 단순히 과제를 빨리 끝내는 것 외에도 다른 목표가 있다"며 "그래서 더 수월한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