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주] 이번엔 진짜 바닥?..2차전지株 일제히 급등
AMPC 등 '트럼프 리스크' 일단락 역사적 저점 상태..저가매수세 유입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28일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관련 종목들에 훈풍이 불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가 7%가까이 급등한 것이 직접적인 촉발점이 됐지만, 그동안 국내 이차전기 업종을 짓눌렀던 '트럼프 리스크'가 일단락됐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부분 종목이 역사적 저점을 찍는 등 2차전지 업황이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도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장 대비 6.26% 오른 2306.60에 거래를 마쳤다.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홀딩스·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SKC·에코프로머티 등 시총 상위 10개 이차전지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증시에선 2차전지 테마로 묶인 143개 종목 중 117개가 상승했다. 2차전지 테마 상승률은 4.34%다.
엘앤에프(16.88%)·포스코퓨처엠(13.99%)·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1.06%)·에코프로비엠(9.36%)·삼성SDI(8.68%)·에코프로(6.65%)·LG에너지솔루션(6.06%)·LG화학(6.01%)· SK이노베이션(5.85%)· POSCO홀딩스(5.27%)· SKC(1.66%) 등 대부분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반등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TIGER 2차전지테마(7.39%), KODEX 2차전지산업(7.45%), TIGER 2차전지TOP10(6.54%) 등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기나긴 내리막을 걷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최근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지속했다.
미 공화당이 공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안에서 AMPC 혜택 폐지 시점이 2028년으로 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SDI(16만200원)·에코프로비엠(8만1200원)·에코프로머티(4만1050원)·에코프로(3만8350원) 등은 전날 종가 기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23일 종가 기준으로도 LG에너지솔루션(26만8000원)·포스코홀딩스(23만3500원)·LG화학(18만2400원)·포스코퓨처엠(10만100원)·SK이노베이션(8만1100원)·SKC(8만6000원)가 각각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16일 29만5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공모가(30만원)를 밑돌았고, 이후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 하원을 통과한 감세안에 2차전지 셀 제조업체들의 실적을 뒷받침해온 AMPC 혜택의 폐지 시점이 기존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1년만 앞당겨 기존 방안보다 길게 지속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2차전지 바닥론’에 힘이 실렸다.
IRA 수정 법안에 PFE(Prohibited Foreign Entity·금지 외국 법인) 조항이 추가된 것도 한국 기업에는 희소식이다.
PFE는 기존 IRA에 적용됐던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해외 우려 기관)보다 제한적인 범위다.
FEOC는 중국 등 특정 국가의 정부, 단체, 개인 지분이 25% 이상 포함된 기업을 뜻하는데 PFE는 '정부의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금지 대상을 지정하는 것으로 FEOC보다 강력한 규제다.
미국 내 배터리사는 AMPC 수령을 위해 예년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산 소재를 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본업에 매진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호재로 작용했다.
테슬라의 유럽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머스크는 24일 엑스(X) 계정에 “다시 하루에 24시간, 주 7일 일에 매달리며 회의실, 서버실, 공장 바닥에서 잠을 자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머스크가 정부 효율부(DOGE)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 테슬라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뒤, 전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6.94% 올랐다.
다만 2차전지 주의 추세 반등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SDI·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의 적정 주가를 현재 주가의 90% 수준으로 잡았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확대가 진행될 3~5년 후 실적 추정치에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인 20배를 곱해 내놓은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는 미국 현지의 압도적 생산 능력을 고려한 프리미엄을 부여해 현재 주가보다 10%가량 높은 적정주가를 추정했다.
김 연구원은 “적정가치를 고려할 때 (국내 주요 이차전지주는) 10% 수준의 상승 여력만 있는, 즉 적정 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의 정책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과매도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 하원을 통과한 감세안에서 AMPC 혜택은 크게 축소되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받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의 폐지 시한이 내년 말로 6년 앞당긴 점은 전기차 캐즘을 심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유럽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배터리에 밀려 한국산 배터리의 점유율이 축소되는 것도 악재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섹터의 본격적인 업황 회복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주가 선행성과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따라 하반기 종목별 트레이딩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