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비밀유지계약서' 강제 서명 논란.."거부하면 시스템 차단"

노조, 존림 대표 상대 노동청에 진정..조기 임단협도 요구

2025-05-28     신은주 기자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포쓰저널=신은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업비밀 보호를 명분으로 근로자 의무와 책임을 대폭 강화한 '비밀유지계약서'를 만들고 사실상 서명을 강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전날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삼성바이오 존림(임존종보) 대표이사 사장을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기존의 비밀유지계약서를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근로자 동의없이 사실상 강제서명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변경된 비밀유지계약서에는 퇴직후 2년간 동종업계 경쟁사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업금지 규정, 특정 경쟁사를 명시해 퇴직후 이직을 제한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사내 이메일 및 PC 사용 내역에 대한 모니터링 동의 조항 등 이전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고 과중한 의무 조항들도 다수 포함됐다.

노조는 "이러한 비밀유지계약서 변경은 근로자들에게 현저히 불이익한 새로운 의무와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지만, 회사는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상에 따른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서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내부공지와 각 부서 관리자를 통해 모든 직원이 변경된 비밀유지계약서에 기한 내에 서명할 것으로 지시했고, 서명을 거부하는 직원에게는 사내 시스템 접속을 제한하는 등 업무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실제로 일부 직원들은 서명을 거부하자 업무용 시스템 이용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겪기도 했다"면서 "이는 사실상 근로조건에 관한 불이익 변경 동의서를 강압적으로 받아낸 것이나 다름없으며, 근로자들은 자의에 반해 서명하도록 내몰린 상황이다"고 했다.

또 "시스템 제한을 비롯한 여러 불이익 처분은 사내 취업규칙  문서인 '정보 보호 규정' 과 '정보보호 지침' 근거하고 있다"며 "이 두 문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근로자의 동의없이 제정 및 개정된 만큼 이들 문서를 근거로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삼성바이오 사측의 이런 행위가 근로기준법과 민법 등 각종 법규를 위반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취업규칙 등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하게 변경할 경우 사전에 노조 등 근로자 측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비밀유지계약서가 별도의 계약 형식을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취업 규칙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근기법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사측은 이를 무시했"고 지적했다.

근기법 23조 1항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에게 해고, 휴직, 감봉 등 징벌적 불이익 처분을 못하도록 규정한다.

노조는 "사측이 비밀유지계약서 서명 거부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시스템 접근 차단 등의 불이익을 준 것은 정당한 이유없는 징벌적 처분에 해당한다"고 했다.

노조는 또 "비밀유지계약서에 포함된 광범위한 경업금지 조항은 근로자의 퇴직후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그 기간, 범위의 합리성에 심각한 의문이 있다"며 "이는 민법 103조에 따른 공서양속 위반 또는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무효로 판단될 소지가 있고, 노동법의 기본원칙에에도 어긋하는 과도한 제한이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문제를 공식 논의하기 위해 내년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조기에 개시할 것을 전날 사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내부 검토 중이며 추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삼서오로직스 노조 진정서 /신은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진정서 /신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