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본계약 또 무산..프랑스측 소송 영향

체코 법원 "프랑스측 소송 본안 판단 때까지 계약 체결 중단" 7일 예정된 체코-한수원 본계약 무산

2025-05-06     김현주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사진=한수원

[포쓰저널] 체코 법원이 체코전력공사(CEZ)와 한국수력원자력(KHNP)의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 발전소 2기 건설 공사 계약 체결을 정지하도록 명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현지시간)보도했다.

7일로 예정됐던 체코과 한국 측의 본계약 체결은 일단 무산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체코 브루노지방법원은 이번 두코바니 원전 입찰에서 한수원에 패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입찰 무효 소송과 관련해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판결했다.

EDF는 지난주 체코 경쟁 규제 기관인 체코반독점사무소(UOHS)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UOHS는 기각한 바 있다. 

CEZ의 지분을 대부분 보유한 체코 정부는 7일 한수원과 계약 체결을 예정하고 있었다.

브르노 지방법원은 성명을 통해 "계약이 체결되면 프랑스 입찰자는 법원이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공공 계약을 따낼 가능성을 실수로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한수원이 현지 최고행정법원에 상소할 수 있다.

CEZ는 두코바니 원전 확장을 위해 1000MW급 2기의 원전 건설 시공사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체코 정부는 지난주 CEZ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설립된 CEZ 자회사 EDU II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UOHS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EDF가 입찰에 대해 제기한 항의를 기각한 자체 결정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UOHS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이것은 절차상의 결정일 뿐이다. 법원이 이 사건의 본안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우리의 결정이 옳았다고 믿는다"고 했다.

CEZ는 "입찰은 공정한 조건에서 진행됐고, 한수원의 제안이 EDF보다 더 유리했다"며 "법원이 CEZ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EDF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체코 정부는 물론 7일 본계약 체결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한국 측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원전 건설 예산안을 승인하고 본계약 체결 일자를 7일로 확정했다.

한국에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대통령 특사단,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박성민·강승규·박상웅(이상 국민의힘)·허성무(더불어민주당)·이주영(개혁신당) 등 국회 특별방문단이 본계약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체코를 찾은 상황이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은 체코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5·6호기)와 130㎞ 떨어진 테멜린에 각각 2기씩 1200㎿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정부는 한수원 주도로 한전기술·한전KPS 및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수주전에 참여했다. 

CEZ는 지난해 7월 두코바니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한수원은 가격 경쟁력과 시공 능력을 앞세워 미국 웨스팅하우스, EDF 등 경쟁사를 따돌렸다.

체코 정부가 책정한 예상 사업비는 총 4000억 코루나(약 26조원)로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로 알려렸다. 

한국으로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이란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혔다.

본계약은 당초 올해 3월로 예정됐지만 경쟁 입찰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결정에 불복해 UOHS에 진정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신들의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지식재산권을 주장했다. 

체코 당국은 지난해 10월 당국은 이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최종 계약을 보류했다. 

그러다 올해 4월 28일 모든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최종 계약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으로 수익성 저하 우려기 높아졌다. 1월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협상을 타결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에 부쳤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상당한 금액의 로열티나 일감을 주고, 향후 유럽 시장을 웨스팅하우스에 양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