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암4기 환자를 살렸다] ⑩ 저속노화 정희원 교수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들
음식을 먹으면 질병이 낫거나 예방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음식이 카레다. 카레를 자주 먹으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카레의 주재료 중 하나인 강황에는 커큐민(Curcumin)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데, 커큐민은 굉장히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발휘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만성 염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뇌는 산화스트레스에 매우 약한데, 카레를 먹으면 커큐민이 우리 몸속의 염증을 없애줘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커큐민 성분만 추출해 실험해봤다. 커큐민의 항산화 효능이 치매를 예방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커큐민 성분만 추출해서 복용하면, 카레를 먹을 때와 같은 효능이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음식을 먹으면 ‘약’이 되는데, 약성을 발휘하는 성분만 추출해서 먹으면 왜 ‘약’이 되지 않는 것일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몇가지 추측만 가능하다. 유력한 추정을 몇가지 추려보면 커큐민이 음식의 형태로 들어올 때 인간의 침 같은 효소들과 섞여서 약효가 발휘된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또 다른 추론은 커큐민이 카레 재료에 함유돼 있는 여러 성분들과 뒤섞일 때 약효가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은 건강 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은 아주아주 중요한 일이다.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를 직접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방송 매체를 통해 정희원 교수의 생각은 읽을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제대로 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들에 나는 120% 동의한다.
정희원 교수는 제대로 된 음식을 강조하면서 영양제 무용론을 주장했다. 내가 제일 충격을 받았던 내용은 ‘심지어 비타민C 조차도 효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비타민C를 영양제 형태로 복용했을 때 효능이 없다는 주장은 앞서 설명했던 카레의 커큐민과 같은 맥락이다. 커큐민 같은 성분은 음식의 형태로 우리 몸속에 들어와야 제대로 효능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비타민C도 음식의 형태로 들어와야만 그 효능이 발생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정희원 교수는 비타민C 영양제의 효능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비타민C 복용자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비타민C를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비교한 연구에서, 비타민C를 복용한 사람들의 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짧다는 것이다.
정희원 교수의 이같은 주장을 들으면서 굉장히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비타민 같은 영양제를 먹어도 우리 몸속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과연 그럴까?
알콜 중독자들이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알콜 중독 환자에게 비타민B1을 정맥 주사로 처방 한다. 왜 그럴까? 알콜 중독자들에게서는 비타민B1 결핍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술을 먹으면 비타민B1이 과도하게 소모된다. 뿐만 아니라 장 건강이 나빠져 비타민B1 흡수율도 낮아진다.
비타민B1이 결핍되면 심각한 질병을 얻게된다. 뇌가 심각한 손상을 입어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비타민B1 결핍으로 인한 뇌손상을 베르니케 뇌병증이라 하는데, 비타민B1을 제때 처방해주면 일시적 뇌 손상은 곧바로 회복된다. 그러나 알콜 중독자에게 비타민B1을 처방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정희원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알콜 중독자에게 처방하는 비타민B1은 효능이 없어야 한다. 정희원 교수의 이론대로라면 비타민B1은 반드시 현미와 같은 음식의 형태로 섭취할 때만 효능이 발생한다.
비타민B1은 반드시 음식의 형태로 섭취해야만 효능이 발생할까? 만약 정희원 교수의 이론이 맞다면, 수많은 알콜 중독 치료 병원에서는 비타민B1을 환자에게 처방하면 안된다.
자, 이번엔 타이레놀을 한번 살펴보자.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으로 불리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약효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사든 약사든 일반이이든 타이레놀이 약효가 없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타이레놀은 우리 인간의 평균 수명을 얼마나 늘려줄까?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고? 맞다. 타이레놀을 먹는 사람들을 그 약을 먹음으로써 오래 살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타이레놀을 처방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이유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통증이 우리 삶의 질을 떨어트리니, 통증을 덜 느끼기 위해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의사들도 그런 이유 때문에 처방한다.
그렇다면 비타민C로 다시 돌아가보자. 비타민C 복용이 평균 수명을 늘여주지 않으면, 비타민C는 우리 몸에 들어와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일까?
생리통을 앓는 여성들 중 타이레놀 대신 비타민C와 NMN을 함께 복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비타민C와 NMN을 함께 복용하면 통증 완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비타민C가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동시에 철분 흡수율을 높여준다. 활성산소가 줄어들면 염증에 의한 통증 그리고 자궁수축에 의한 통증도 줄어든다. 철분 흡수율이 높아지면 무기력감이 개선된다. 그리고 비타민C는 콜라겐 합성을 돕는데, 생리 때 발생하는 자궁내막의 손상을 빨리 회복시켜 준다.
NMN도 마찬가지다. 자궁 주변의 염증을 줄여주고 동시에 혈류를 개선시켜 자궁으로의 산소 공급을 늘려줘, 통증 반응을 개선시켜 준다.
통증 완화를 위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 보다 비타민C를 먹을 때 훨씬 더 많은 이득이 있다. 타이레놀은 간 손상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반면, 비타민C와 같은 영양제를 복용할 땐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타민C가 효능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려면, 음식이 아닌 보충제 형태로 비타민C를 섭취하면 철분 흡수율이 높아지지 않고, 염증 제거 효과가 없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종양내과 의사들이 암 환자들이 비타민C 처방을 받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가 정희원 교수의 주장과 비슷하다. 비타민C 처방이 암 환자의 생명 연장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암환자들이 거짓된 정보에 현혹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암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암이 유발하는 통증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염증이다. 암이 유발하는 염증 때문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럼 암 환자들이 비타민C 치료를 받았을 때 통증 완화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까?
나는 트립토판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내가 트립토판을 복용하는 이유는 수면장애 증상 때문이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와 암 환자인 어머니를 오랜 기간 간병하다보니 수면장애라는 병을 얻었다.
트립토판이 수면장애 증상을 개선시키는 이유는, 트립토판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세로토닌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면과 관련 있는 호르몬은 멜라토닌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세로토닌도 우리의 수면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유명한 수면전문의가 트립토판은 전혀 효능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트립토판을 복용하기 전의 나와 트립토판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 나의 삶의 질이 180도 달라졌는데, 이런 현상을 단순히 플라시보 효과라 단정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수면 장애 때문에 GABA를 복용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GABA가 수면장애를 개선하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어야 한다. 아무런 효능이 없는 GABA가 꾸준히 판매 될 수 있을까? GABA가 꾸준히 판매되는 것은 GABA를 복용하고 효과를 본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아무런 효과를 못보던 환자들이 GABA를 복용하거나 트립토판을 복용한 후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이런 영양제들이 꾸준히 판매될 수 있는 것이다.
정희원 교수가 비타민C 같은 영양제들은 아무런 효능이 없다는 입장을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계속 고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정희원 교수의 이론대로 트립토판을 보충제 형태가 아닌 음식으로만 복용 하려면 나는 하루에 바나나를 수십개씩 먹어야 한다. 나는 바나나를 하루에 수십개씩 먹어야 한다는 정희원 교수의 이론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암 환자들은 트립토판을 꼭 복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트립토판 복용을 통해 암환자들이 겪는 우울감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우울감, 수면장애 개선 뿐만 아니라 통증 신호를 억제해주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트립토판과 비타민C가 암환자의 수명을 연장시켜주지는 못할지라도, 암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나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