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美 K-푸드 지각변동?...현지공장 따라 식품업계 喜悲

삼양식품 美법인 매출 2.8억 달러 수출 25%지만 현지 공장없어 매출 2천억원대 대상 김치, 현지 생산보다 국내 수출 물량 더 많아 美 공들인 롯데웰푸드 전략도 차질 불가피..오뚜기 ,현지 공장 추진 현지공장 있는 CJ제일제당·농심·풀무원 "관세 영향 제한적"

2025-04-06     이현민 기자
뉴욕 타임스퀘어에 송출되고 있는 ‘스플래시 불닭’ 광고 영상 /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트럼프 발 '관세 폭격'에 K-푸드 열풍을 타고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식품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5일(현지시간)부터 10%의 기본 관세를 발효한데 이어  9일부터는 미국의 국가별 상호 관세(10%+알파)를 발효한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9일 0시1분을 기해 10%에서 25%로 올라간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는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오리온 등은 미국의 관세 정책 변경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불닭 신화'를 쓰며 K-푸드 대표격이 된 삼양식품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법인 매출액은 2억8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수출 비중의 25%를 차지한다. 전년도에 비해 127% 성장했다.

삼양식품은 캐나다 동, 서부 입점을 통해서도 미주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있지만,  수출 물량 전부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25% 관세에 해당하는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개당 2천원 정도에 판매되는 라면 가격을 올리거나 마진을 줄여야 한다. 

불닭볶음면·소스 등을 주력 수출 품목으로 삼고 있는 삼양식품은 미국 진출 확대를 위해 2021년 현지법인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했으나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만 밝혔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4일 서울 마곡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라면 박람회'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현재 미국 법인과 함께 관세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TF를 구성해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관련 기관·협회·타 식품사들과 공조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빼빼로'를 글로벌 1조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공을 들여온 롯데웰푸드의 계획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타임스웨어에서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빼빼로데이(11월11일)를 알리는 디지털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별도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롯데웰푸드는 현재 중국,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 싱가폴,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기에 등 8개국에서만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리온은 해외 시장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내 꼬북칩 단일 품목의 연 매출이 400억원을 상회할 경우 현지 생산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2021년 미국 법인 오리온F&B US를 설립했으며 초코파이, 꼬북칩, 초코송이, 오!감자, 참붕어빵 등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꼬북칩은 현지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체 수출액은 325억원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현지 생산공장 유무(有無)에 따라 희비(喜悲)가 갈리는 분위기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춘 CJ제일제당, 풀무원, 농심 등은 관세 정책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만큼 직접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북미 시장 공략 확대를 목표로 미국 냉동식품 전문기업 ‘슈완스 컴퍼니’를 인수했다. 현재 슈완스 공장을 포함해 총 20개의 현지 식품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슈완스는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주요 수출 품목은 냉동밥, 만두, 피자 등이며 지난해 현지 매출액은 4조7138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내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4.4%다.

 

CJ제일제당 미국 캘리포니아 보몬트 공장 만두 포장 라인./CJ제일제당

농심도 미국 현지 공장 2곳에서 내수용 물량을 생산하며 위험 분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1994년 현지 법인 농심아메리카를 설립한 농심은 2005년 LA에 라면 공장을 설립했다. 2022년에는 제2공장을 가동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농심의 미국 매출은 5331억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 1조3037억원의 40%에 달했다. 주력 수출 품목은 라면, 용기면, 봉지면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지 생산시설을 통해 라면을 생산, 판매하며 원재료 역시 현지 시장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며 “스낵 제품의 경우 수출을 통해 미국에서 판매하지만 비중이 라면제품과 비교할 때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이번 관세 발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풀무원도 미국 법인인 풀무원USA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두부는 현지에서 100% 생산하고 있다. 그 다음 비중이 높은 아시안 누들도 2023년 하반기에 공장을 증설해 대부분의 물량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은 현재 미국 내에 총 4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메사추세스.아이어 공장, 캘리포니아주 플러튼 공장, 뉴욕주 타판 3곳은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길로이 공장은 아시안 누들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풀무원의 미국 매출액은 4444억원으로 해외법인 전체 매출의 70%, 국내외 전사 매출의 13.8%를 차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무원USA 법인에서 생산되는 두부. /풀무원

김치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지만, 혹시 모를 후폭풍을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김치 제품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보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대상 측은 “2022년 로스엔젤레스에서 완공된 대규모 김치 공장 덕분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관세 영향이 커질 경우 현지 공장을 좀 더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대상은 김치 외에도 글로벌 전용 브랜드 '오푸드'를 중심으로 고추장 등 소스류를 비롯해 최근에는 김, 떡볶이 등 한식 간편식으로 미국 수출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해외 수출액(1조4148억원) 중 미국에서만 2000억원을 벌었다.

올해부터 수출에 본격 나선 오뚜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에 생산공장 부지 매입을 마치고 미국 정부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진라면, 즉석 식품 등을 올해 상반기부터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북미, 중남미 진출 거점도 될 오뚜기의 미국 사업은 함영준 회장의 딸 함연지씨와 함씨의 남편 김재우씨가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에서 근무하며 직접 챙기고 있다.  오뚜기의 지난해 미국법인 매출은 858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는 2005년 판매법인 오뚜기아메리카, 2023년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출 지역 다변화와 환율 등으로 일정 부분 상쇄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경쟁력을 갖춰도 상호 관세 25%를 감내할 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며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