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독해진 이재용 "삼성다운 저력 잃었다"
삼성,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 이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이재용(57) 삼성전자 회장이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는 세미나에서 슬라이드로 교육 자료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여기에는 이재용 회장의 기존 발언들과 함께 올해 초 신년 메시지로 내놓으려고 준비했던 내용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직접 음성이나 영상 메시지를 낸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에 직접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이 '사즉생' 등을 언급하며 위기를 진단하고 임원을 강하게 질책하는 메시지가 대외에 알려진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삼성 위기론'이 제기되며 최근 사장단 회의 등 여러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을 수차례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도 주어졌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은 앞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다음 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열린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복합 위기 타개 방안 중 하나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 최윤호 사장이 맡아 1월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시작으로 경영진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 3명을 보강하기로 하고 19일 열릴 주주총회에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도 지난해 말 인사에서 '기술통'을 전진 배치했다.
삼성의 경쟁력 약화 원인 중 하나로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꼽히는 만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