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5] '로봇' 띄운 젠슨 황, K-반도체엔 의도적 견제구

"물리적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 출시...로봇 발전 기본 될 것" 게임용 GPU 지포스 RTX50공개..."마이크론 GDDR7 탑재했다"

2025-01-07     문기수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Michelob Ultra Arena)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5.1.7/연합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엔비디아가 로봇의 대중화를 앞당길 새로운 인공지능(AI) 개발 플랫폼을 선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해  관련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황 CEO는 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가전쇼 CES 2025 기조 연설자로 나서 "새로운 물리적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리적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량 등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시스템을 뜻 한다.  코스모스는 물리적 AI가 현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황 CEO는 "물리적 AI 모델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방대한 양의 실제 데이터와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개발자에게 이런 데이터를 쉽게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개발자는 이를 미세 조정해 맞춤형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칩 시장 점유율 8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로봇과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대 역시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황 CEO는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마찬가지로 코스모스는 로봇 및 자율주행차량의 개발을 발전시키는 데 기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모스는 최신 생성형 AI 모델과 최신 토크나이저(텍스트를 모델이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인 토큰으로 분리하는 도구),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인 가속화된 영상 처리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된다.

코스모스는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단 14일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이를통해 중앙처리장치(CPU)만 사용하는 경우 통상 3년4개월이 걸리는 작업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토크나이저는 기존보다 처리 속도가 12배 더 빠르다고 그는 강조했다.

애자일로봇과 피규어 AI 등 로봇 기업과 샤오펑 등 자동차 기업,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이 플랫폼을 채택했다고 황 CEO는 설명했다. 

황 CEO는 "코스모스는 물리적 AI의 민주화를 촉진해 모든 개발자가 일반 로봇 개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며 "우리는 물리적 AI를 대중화하고 모든 개발자가 범용의 로봇 공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 CEO는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1위 점유율을 굳건히 하기 위해 새로운 GPU 지포스 'RTX 50' 시리즈도 공개했다. 지포스는 데스크톱·노트북 등 PC에 들어가는 GPU다.

그는 "RTX 50 시리즈에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GDDR7 메모리를 탑재했다"며 "초당 1.8테라바이트로 이전 세대의 두 배 성능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에 GDDR7을 공급하고 있지만, 황 CEO가 굳이 마이크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업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황 CEO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경쟁구도를 의식해 일부러 이중 가장 약자인 마이크론을 언급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황 CEO의 발언에 3사의 주가도 출렁거렸다.

황 CEO 발언 직후 SK하이닉스 주가는 20만원 아래로 추락, 전장대비 2.40% 하락한 19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도 장중 내내 하향세를 보이다 0.89% 떨어진 5만5400원으로 마감했다.

반면 마이크론 주가는 나스닥시장 프리마켓에서 10%대 급등했다.

최신 AI 칩의 아키텍처 '블랙웰'을 기반으로 하는 지포스 'RTX 50' 시리즈 중 최고 사양인 RTX 5090은 전작보다 최대 2배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갖췄다고 그는 설명했다. 

RTX 5070은 이전 제품군의 최상위 모델인 RTX 4090보다 더 나은 성능을 겸비했지만, 가격은 약 3분의 1 수준인 549달러(79만원)에 출시된다.

황 CEO는 이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엔비디아의 고객이 됐다고 공개했다. 그는 도요타가 자사의 칩과 자동차 운영 체제를 사용해 일부 모델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또 개인용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도 공개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이 슈퍼컴퓨터는 엔비디아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결합한 GB10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저트는 전 세계 AI 연구자, 데이터 과학자 및 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대규모 AI 모델의 시제품 제작이나 미세 조정을 위한 AI 컴퓨팅 성능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디지트는 5월 3000달러(434만원)에 출시될 예정이다.

황 CEO가 CES 기조 연설자로 나선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위상은 8년 전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황 CEO는 2017년 1월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50억 달러(80조9000억원)였지만, 현재는 4조 달러(5600조원)를 바라보는 전 세계 시총 2위 기업의 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