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대위 "당진공장 가스중독 사망, 땜질 시공이 원인"

비대위 "임상화학 결과 '3분 이내 사망' 환경서 작업" 사측 "교체 납품 과정서 시간 걸려 4월 공사하기로"

2025-01-03     김지훈 기자
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실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꾸린 현대제철 중대재해 비상대책위원회가 현대제철 중대재해 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망 노동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지난달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가스 중독 사망 사고는 현대제철 사측이 균열이 발생한 시설을 교체하지 않고 임시방편 시공으로 ‘3분 이내 사망’에 이르는 환경에서 작업을 하게 해서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꾸린 현대제철 중대재해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인근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12일 발생한 중대 재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망자의 헤모글로빈 일산화탄소 수치(CO Hb)는 82.2 H%로,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1만2800ppm에 해당하며 3분 이내 사망에 이르는 환경에 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제강1문 부근 LDG 배관 신축이음관 균열은 사고 발생 22일 전인 11월 20일 처음 확인됐는데, 당시 일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에 달했다.

비대위는 "현대제철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시설을 즉시 교체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메탈본드 시공만 했다"며 "메탈본드 파단연신율은 4.6%에 해당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교체 시기를 2025년 4월로 늦게 보면서 가동을 계속했던 것이 중대재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신축이음관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신축이음관 배관을 맞춤 제작하기 위해 12월 초 구매를 요청했으나, 구매 신청 절차와 납품에도 2~3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25년 4월에 공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또 현대제철이 사망자 측에 산업안전보호구가 아닌 생활안전 휴대용 제품으로 쓰이는 1회용 공기호흡기 지급했던 점을 문제 삼았다. 해당 1회용 호흡기는 화재 질식 대피용으로 ‘화학 질식 예방 보호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자가 위험 환경에 직접 접근하지 않으면서 가스 누출을 확인할 수 있는 고정식 가스감지기도 없었다. 또 신축이음관에 대한 보수작업표준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비대위는 “사측이 ‘당진 에너지 가스설비 배관 수리 작업표준(EIDV-002912)’를 적용해 실시했다고 하나, 이 표준엔 일반적인 강관에 발생한 핀홀이나 균열에 대한 수리방법을 규정할 뿐 신축이음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면서 “신축이음관 정비내역을 확인한 결과 2021년 1건, 2022년 3건, 2023년 1건 등으로 지속적인 문제가 확인됐는데도 작업표준 검토 및 마련 절차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인 1조 작업 원칙도 있었으나 허울에 불과했다고 비대위는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비 노동자들은 인원 부족에 시달리며 수시로 혼자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과거 사측은 외주 하청 노동자를 고용해 2인 1조 점검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지난해 10월 이후로 증원을 안해 현실에선 단독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하청 노동자 배치 역시 작업 투입에는 역부족인 까닭에 신호수 역할 정도만 수행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SCR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비대위는 “10대 핵심안전수칙(Safety Core Rules)는 수칙 위반자를 인사위원회에 즉시 회부하는 처벌 수단으로 작동했고, 이는 산재를 은폐하는 강력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실제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 6월 재해를 입고 4개월 넘게 요양했는데, 이후 징계 대상자가 될 수 있는 SCR 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SCR 발부에 따른 낙인이 두려워 다쳐도 산재 신청을 꺼리고, 재해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해당 제도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현대제철 당진, 인천, 포항에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사망한 사람만 49명, 최근 4년간 당진공장에서만 가스 중독으로 구급차량이 14건 출동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신축이음관에 대한 수리작업표준의 마련 ▲정비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직접 접근하지 않는 방식의 누출 확인 방식 도입 ▲노후 가스 배관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 ▲실질적 인원 충원을 통한 2인 1조 실시 ▲위험성 평가의 내실화 ▲SCR제도 폐기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전한 사업장 구축을 위해 노조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고에 대해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은 세 차례에 걸쳐 사고 지점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등 현대제철의 중대 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충청권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도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