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증시 체력 어느 때보다 약해"…금감원, 전 증권사에 시장 급변 대비 주문

국내 36개 증권사 CEO와 긴급현안 간담회 개최

2024-12-05     김지훈 기자
금융감독원/연합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시킨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까지 치달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전체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종합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5일 국내 36개 증권사 CEO들과 긴급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전체 증권사의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날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도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마무리해 자본시장과 국민 자산을 굳건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제한적이고,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는 등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주요 선진국 증시와는 달리 국내 증시 체력이 어느 때보다 약화돼 있는 만큼 추가적인 충격에도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이자 동반자로서 증권사가 금융시장 안전성 제고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CEO를 중심으로 유동성, 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시장상황 급변 등에 대비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금융감독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하고, 투자자 보호에 소홀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상거래 적출 등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철저한 내부통제도 주문했다.

최근 발생한 증권사 금융 사고에 대한 지적과 함께 리스크 관리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증권사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공급자) 금융사고는 내부통제 부실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본부장 등 책임자에 의한 ‘수직적 내부통제’와 리스크·준법 등 관리부서에 의한 ‘수평적 내부통제’ 관점에서 감시·견제 적정성을 CEO 책임 아래 정밀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최근 금융사고와 불법행위가 집중되고 있는 IB(투자은행)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역량 제고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금융 사고는 투기거래에 의한 트레이딩 수익이 ETF LP 부서의 성과급 산정에 반영되도록 설계된 부적절한 성과보수체계도 영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증권사 업무단위별로 본연의 업무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성과보수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기업공개(IPO) 주관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영업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모가격 부풀리기, 중요사실 부실기재, 상장직후 전량 매도, 공개매수제도 악용 등 고객과의 정보 비대칭 등을 악용해 발행회사 또는 증권사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해상충 관리를 해태하거나 주관사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증권사 CEO들은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주식시장 급락, 급격한 자금인출 등에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 및 모니터링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증권업계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내부통제와 성과평가 체계를 전사적인 차원에서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향후 자본시장 관련 긴급 현안사항 발생시 ‘CEO Letter(가칭)’ 등을 통해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아울러 2025년도 검사업무 핵심과제로 증권사의 리스크 취약 부문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을 강도높게 점검해 증권회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